일요일엔 전기 사장님 혼자

도시형 한옥 수리 47일째

by 편성준

일요일 오전에 현장에 내려가 대문이 열려 있길래 들어가 보니 전기 사장님 혼자 배선 공사를 하고 계셨다. 오전에 지리산에 있는 아내와 통화를 하면서 이미 실내조명이 설치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하니 주방과 마루, 침실 조명등이 정말 예뻤다. 주방이나 내 작업실에 설치된 간접 조명은 밤에 더 진가를 발휘할 것 같았다.


전기 사장님이 마침 잘 왔다고 하면서 마루 한쪽 벽에 세 개의 스위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세로로 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비디오폰 위치가 적당한지도 좀 봐달라고 했다. 인터폰 위치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안 되고 한 번 스위치 구멍을 뚫으면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이라 그렇다는 것이었다. 임 목수님과는 전체적인 컨셉은 합의를 본 상태라고 하길래 나머지는 전기 사장님이 판단해서 잘해달라고만 말씀드렸다. 호칭이 '전기 사장님'인데 얼마나 많은 집을 돌아다니면서 전기 배선과 스위치 작업을 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나는 음료수를 사러 나가려고 하는데 콜라, 포카리스웨트 중 어떤 걸 원하시냐 물었더니 콜라라고 대답하시길래 밖으로 나가서 포카리스웨트와 콜라 한 캔을 샀다. 내 몫으로 산 포카리스웨트를 다 마시고 괜히 마당을 서성이다가 게스트룸 화장실 변기 물을 한 번 내려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마비되는 이 시기에 딱 맞춰 하필 한옥 수리 공사를 하게 된 것도 어쩌면 인생의 아이러니다. 학교도 못 가고 장사도 안 돼서 모두 죽을 것 같다고 아우성이지만 우리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팬더믹으로 인해 움츠려 들었던 시민들의 발걸음도 연휴를 맞아 벌써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힘들더라도 희망을 버리진 말자. 연휴의 한 복판에 혼자 나와 일을 하는 전기 사장님처럼 세상이 아무리 혼잡해도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그래서 세상은 또 돌아간다. TV도 라디오도 없이 새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일요일 산동네의 한낮이다.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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