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 피크다

도시형 한옥 수리 51일째

by 편성준

오후 두 시와 세 시에 부동산에 가서 집 계약에 관련된 이런저런 거래를 한다. 내가 대출을 신청한 새마을금고 측 법무사도 오고 이사 갈 집주인도 오고 우리 집에 들어갈 새 주인들과 그 집에 전세 살 분도 온다. 억대의 돈이 이리저리 옮겨지는 걸 보고 있는 나를 상상하니 벌써 어지럽다.

새 집이나 땅을 보러 다니면 신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액수에 주눅이 들어 돈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후자다. 나는 이런 거래를 누가 대신 다 해주고 결과만 딱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생각해 보면 대학생 때 수강 신청할 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이, 누가 수강신청 같은 거 좀 대신 안 해주나.

그러나 세상 일 중 남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란 그렇게 많지 않다. 혹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돈을 아주 많이 벌면 남들이 다 해줘.’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너무 이상적인 얘기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게 어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남들보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며 살고 있는 편이지만(작년에 회사를 그만둔 것도 그렇다) 늘 도망만 다니며 살진 않겠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오늘 계약을 무사히 하고 내일 이사를 아무 일 없이 끝내고 나면(비가 많이 온단다) 한숨 돌리겠지만 그 이후에도 골치 아픈 일들이 산더미다. 장밋빛 미래는 안개에 싸여 있는데 문제점들만 앞다투어 나를 보고 먼저 손을 흔든다.

골목에 있는 남의 주차장에 에어컨 기사가 세워둔 트럭 때문에 주의를 받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정중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더니 금방 누그러졌는지 잠깐 세워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았다. 브런치에 연재하는 ‘도시형 한옥 수리’ 일기를 써야 하는데 마음이 어지러워서 오늘은 포기해야겠다. 메모를 해두었으니 나중에 쓸 수 있겠지.


지금 공사 현장엔 에어컨 기사와 인터넷 설치 기사, 전기 사장님, 문짝 달러 온 분들, 임 목수님까지 한데 어우러져 난리 블루스 상태고 내일은 대망의 이삿날이다. 오늘과 내일이 피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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