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를 달며 생각한 것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고 생각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 마음먹음이 곧 팔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말로 내뱉으면 흩어져 버릴 생각들이 글로 쓰는 순간 가지런한 질서와 분명한 완결성을 갖기 때문이다. 글은 잘 정제된 나의 생각이다. 글씨 또한 마찬가지다. 글씨로 씀으로써 생각이나 마음은 구체적인 형태를 얻게 된다. 그래서 글씨와 글은 바람과 부채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하에 놓이게 된다.
어제저녁, 이사 온 한옥 대문에 문패를 달았다. ‘성북동小幸星’이라는 문패의 캘리그라피는 내가 쓰고 송환영 부사장님의 아트 디렉팅으로 향나무 위에 흰색으로 새겨졌다. ‘성북동에 있는 작지만 행복한 집(별)’이라는 뜻이 문패 위에 새겨졌다. 문패 위에 새긴 뜻은 아내와 나의 마음에도 새겨졌다. 쓴 대로 이루어지리라. 다시 한번 가만히 외워본다. 영험한 구루나 멘토가 남몰래 일러준 비밀의 주문을 외우듯이. 쓴 대로 이루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