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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12. 2020

금요일 저녁, 성북동 산책길 풍경

금요일 저녁의 성북동 큰길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성북동 큰길을 산책했다. 거리엔 천천히 걷는 주민들과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주인들이 데리고 나온 개들이 서로 엉켜 분주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얼굴을 찌푸리거나 바쁘게 재촉하는 법이 없다. "아, 난 이 동네가 정말 좋아." 아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새천년호프 앞엔 벌써 야외 테이블들이 가득 들어섰고 바로 옆에 있는 성북동쭈닭발 사장님 딸은 가게 안에 있는 선배에게 "언니, 이거 여명!" 하고 검은 비닐봉지 안에 든 숙취해소 음료를 내밀다가 우리를 보고는 창피하다며 깔깔깔 웃는다.


 대성부동산 앞으로 쭉 걸어 올라가다가 계단 위에 있는 '비단愛'라는 작은 화랑을 발견하고 좋아하던 우리들은 다시 큰길로 나와 작은 자전거 위에 셋이 앉아 낑낑대고 있는 여자애들을 보고 까르르 웃었다. 큰 나무 밑엔 이제 처음 만난 삽살개와 스피츠가 서로 엉기느라 주인들을 강제로 인사시키고 있다. 삽살개 주인은 여자고 스피츠 주인은 남자다. 성북동콩집에도 동네 사람들이 가득하고 어제 개인 사정으로 잠시 쉰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던 빵집 샤또블랑도 다시 가게 문을 열었다. 아내가 포스팅을 해서 더 유명해진 성북동김밥이 요즘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 기쁘다. 정든부동산 사장님은 가게 불을 환하게 켜놓고 어디 가신 모양이다. 딸기부동산과 으뜸부동산을 지나 고깃집 성북로10길 앞을 지나는데 사장님이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인사를 한다. 금요일 저녁의 성북동 길은 왠지 따뜻하고 괜히 흐뭇한 곳이다. 벌써 4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이사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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