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내 친구 용택이> 중 한 대목
책꽂이에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소설가 김훈이 썼다는 '내 친구 용택이'라는 글의 한 꼭지를 읽었다. 김용택 시인이 박완서 선생에게 칭찬받은 일화를 전하는 짧은 글이다. 시인도 소설가도 사랑스럽다.
용택이네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인 용택이도 시를 쓰고 아이들도 동시를 쓰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실력이 막상막하인 것 같다. 교실 뒷벽에 <우리들 차지>라는 칠판이 걸려 있다. 언젠가 박완서 선생님이 이 학교에 놀러 오셨다가 <우리들 차지>에 붙은 글을 죽 읽어보시고는 그 중 한 편을 골라 가리키시면서 "이건 참 잘 썼다 이 아이는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 잘 길러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인 용택이는 뒤통수를 긁으면서
"박 선생님, 그건 제가 쓴 겁니다." 라고 말했다.
용택이는 이 기막힌 얘기를 나에게 해 주면서, 그래도 자기가 아이들보다 시를 잘 써서 박완서 선생님한테 칭찬받은 일을 기뻐했다. 용택이는 정말로 이걸 자랑이라고 나한테 자랑한 것이다.
"야, 정말이라니깐. 박완선 선생님이 내 시가 좋다고 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