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안다는 것

공처가의 캘리

by 편성준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사는 건 늘 이렇게 신파 아니었던가


며칠 전 밤늦게 우리 집으로 찾아온 친구와 와인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공통으로 알고 있는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아내는 천하의 못난 인간(또는 못된 인간)이라고 얘기했고 그 친구는 매우 괜찮은 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서 한참을 의논하다가 결국 '조심해야 할 인간'이라는 결론이 났다. 한 사람을 두고 어째서 이런 상반된 평가가 나오게 것일까. 유난히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처럼 거짓말에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잘 못 본다. 그래서 돈도 많이 뜯기고 일에서도 손해를 많이 본 편이다. 괜찮은 사람 같아서 평생 친구를 하자고 생각했는데 말 한마디에 의가 상해서 다시는 내 얼굴을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만나자마자 니가 최고라고 하는 사람이 있길래 저 사람이 나를 특별히 생각하나 보다 여겼는데 알고 보니 국회의원처럼 가는 곳마다 악수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많은 돈과 감정을 낭비하고 나니 이제야 사람이 좀 보이는 것 같다. 처음부터 간을 빼줄 것 같이 구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시간 약속에 매번 늦는 사람은 나중에 사고를 친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마음과는 달리 그때부터 기억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의리를 유난히 강조하는 사람은 급할 때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 작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큰 거짓말도 잘한다......

물론 이런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아봤자 나는 또 몇 년 후에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는 "걔가 그럴 줄은 몰랐지." 하고 바보 같이 웃고 있을 것이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세상 사는 건 늘 이렇게 신파 아니었던가. 그래도 사람이 제일이다. 그래, 또 한 번 속아보지 뭐. 이제 와서 새삼 큰일이야 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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