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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16. 2020

무심하게 보아 넘기지 않아야 범인이 보인다 - 히가시노

[찾아가는 서점/질문서점 인공위성]이 보내준 책

질문서점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책을 받았습니다.  책방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개와 함께 블라인드 (제목을   없게 가린 ) 보내주는데 이번에 제게  질문은 '지나가는 일상들에 관심을 가진다면 변화가 일어날까요'라는 물음표도 없는 문장이었고 함께 받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 책은 총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인데 2004년 8월부터 5년에 걸쳐 매체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저도 몇 권 읽은 적이 있지만 이 책은 아직 읽지 않았던 소설이라 다행이었습니다. 에도 시대 분위기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도교 니혼바시의 닌교초거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피살자는 딱히 누구에게 원한을 살 캐릭터도 아닌데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이 졸려 죽었고 이 사건을 해결하러 경시청 수사1과 출신인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오죠.


그런데 이 형사는 좀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양복 대신 티셔츠 위에 체크무늬 셔츠를 겹쳐 입고 근무시간이든 아니든 사건 현장 근처를 하릴없이 계속 헤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사소한 질문을 해댑니다. 허술한 듯 보여도 알고 보면 그는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양복을 입고 움직이는 샐러리맨들의 옷차림에서 그가 뭘 하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내는 식입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남들이 무심하게 보아 넘기는 것들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겠죠. 이는 형사 뿐 아니라 과학자나 운동선수, 철학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결국 시건의 전말을 밝혀내는 가가 형사는 자신이 신참자라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고 겸손을 떱니다. 이 거리엔 처음 오는 사람이라 남들보다 더 동네를 신기한 눈으로 관찰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범인을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철저하게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그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으니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다운 결론입니다. 살인사건도 결국은 인간의 문제이고 선과 악이 모호하게 뒤섞이는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아베 히로시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엄연한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드라마 대본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들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스토리텔링이 꽉 차 있어서 에피소드들마다 흥미롭지만 그런 이유로 행간에 깊은 사유나 논점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질문서점 인공위성 덕분에 소설책 한 권을 잘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먼저 리뷰를 쓴 분들을 찾아보니 대부분 "책을 받았다. 이제 신나게 읽어야지"라는 소감만 있고 본격적인 독후감은 아직 없는 것 같아 조금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멋대로 리뷰를 써봤습니다. 같이 보내준 '에디터 가이드'의 답안지란도 그냥 비워두기가 뭐해서 뭔가를 끄적끄적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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