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는 양양 여행의 기록
유사 물침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출렁거리는 침대에서 각자 시달리며 자느라 그랬는지 아내와 나, 그리고 방바닥에서 잔 승연까지 악몽을 꾸었다고 했다. 특히 나는 소리를 지르고 손까지 뻗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정도가 심하다. 뭔가 기분 나쁜 꿈이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내용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 까먹어버렸다. 우리는 “여기가 터가 나쁜가...” 하고 할머니 같은 소리를 하면서 웃었다.
아침에 산책 삼아 나가 아내와 나와 아침밥 하는 데를 찾아보다가 어설픈 식당보다는 편의점에서 파는 햇반 세트가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역국밥과 황태콩나물국밥을 사 가지고 들어와 먹었다. 승연도 속이 좀 불편했는데 따스한 국을 먹으니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아내와 내가 부탁한 순자 화장실 점검 때문에 아침에 우리 집에 들렀던 혜나가 빵 터졌다고 하면서 내가 대문에 꽂아두고 온 열쇠 사진을 보내왔다. 어제 서둘러 나오다가 마스크를 가지러 다시 뛰어 들어간 뒤 열쇠를 꽂아놓은 채 고속버스터미널로 간 것이다. 외진 골목이었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커피가 간절해서 일 층으로 내려가 보니 사장님이 커피를 내려줄 수 있다고 한다. 세 잔을 내려 같이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여자들은 연보라색 컵에 마시고 나는 살구색 컵에 마신다. 남자는 핑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