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시대의 성북동소행성 풍경
요즘 뉴스를 보거나 SNS의 글•사진들을 보면 코로나 19가 가져온 팬데믹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거나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 사람들은 그런대로 잘 지내겠지 하는 마음이 든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상황이 너무 힘드니까 자꾸 그런 착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제저녁에 몇몇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봤다. 요즘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돈도 없이 사니 이렇게라도 안부를 전하는 거라면서 신세한탄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한 친구에게 오히려 역습을 당하고 말았다. 그 친구는 직장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바람에 어제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동안 일이 너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바람에 당장 그만둘 수도 없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면 회사에 나가서 사표를 낼 생각이라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럴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회사를 그만두면 뭘 할 거냐고 물었더니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 상황에 정체성 혼란과 경제적 타격이라는 이중고에 빠진 것이다.
밖으로 나갈 때마다 우주복을 입듯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 들어가면 사람들끼리 서로를 경계해야 하는 이런 상황은 그동안 SF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만 알았다. 그 와중에 전염병은 더 확산되어 이제 사회 전체 시스템이 멈출 태세다. 잠이 오지 않아 밤이면 아내와 함께 한숨 섞인 술을 마시고 새벽에 일어나 마당에 나와 책을 읽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글을 쓰고 싶어도 써지지 않고 책을 읽어도 지금 이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허무한 생각만 들어 자꾸 손에서 책이나 펜을 놓치게 된다.
책에서 읽는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들, 다채롭고 날카로운 생각들은 이제 정말 아련한 추억으로 남고 마는 건가 생각하면 너무나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 또 어제 전자책으로 구입한 소설책을 읽고 있다. 결국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 너무 힘든 시기라 당분간은 내가 읽어도 재미있는 글을 쓰진 못하겠지만 그동안 더 엉망진창일 때도 살아남았던 걸 생각하면 이 또한 이겨내리라 다짐한다. 결국은 지나갈 것이다. 그 친구도 나도 이 어려움을 버티고 이겨낸 뒤 만나 힘들었던 이때를 추억하고 싶다. 우리가 꿈꾸는 통쾌한 역습은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한 시람도 빠짐없이 모든 이에게 괴로움을 안겨주는 코로나 19여,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멋진 역습을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