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유난히 좋았던 일요일
날씨가 비현실적으로 좋길래 아내와 함께 안국동에서 성북동까지 걸어왔다. 거리엔 젊은 남녀들이 마스크를 쓴 채 손을 잡고 걸었다. 중년 커플들도 눈에 띄었다. 테라스가 있는 카페들이 성업 중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나이 든 커플들도 밖에 많이 나오는군, 이라고 아내가 말했다. 버스를 타고 올 수도 있었지만 내가 조금 더 걷자고 제안을 했고 아내가 "이러다 집까지 걸어가겠다."며 웃다가 결국 집까지 걸어오고 말았다. 대학로로 접어들어 걷다가 동양서림을 들여다보니 카운터에 유희경 시인이 앉아 독자에게 공손히 싸인을 해주고 있었다. 새로 낸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일 것이다. 나도 들어가서 한 권 살까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 다음에 사기로 하고 그냥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마스크를 벗으니 비로소 꽤 먼 거리를 걸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아내가 고양이 순자를 불렀으나 순자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마루 의자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 있었다. 아내가 "순자야, 니가 미쳤구나."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