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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30. 2020

최초의 독자반응

에세이집이 곧 나옵니다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가 낮에 사 온 닭다리로 조림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반찬이라기보다는 안주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울상을 하길래 할 수 없이 편의점으로 달려가 빨간뚜껑 진로 플라스틱 한 병을 샀다. 간장과 조청, 생강과 청양고추로 맛을 낸 간장닭다리조림은 약간 짠 듯하면서도 술안주로는 그만이었다. 이제 치킨 시켜먹을 일 없이 집에서 이런 식으로 닭다리조림을 만들어 먹으면 되겠다고 좋아하며 부부가 술잔을 권커니 자커니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요즘은 연락이 뜸해진 광고 대행사 선배의 부인, 그러니까 '형수'의 전화였다. 사람들 소리가 시끄러운 걸 보니 술집인 것 같았다.

"성준 씨, 내가 오늘 출판 일 하는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그 친구가 어제 교정 본 원고가 너무 재밌었다고 하면서, 작가가 광고회사 다니던 사람이 던데? 하는 거야. 그래서 이름이 뭐냐고 물었던 편성준이라잖아. 하하."

알고 보니 곧 나올 내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의 최종 교정을 봐주신 분이 형수의 절친이었던 것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교정을 본 분이 친구에게 원고 재밌었다고 얘기를 해주었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최초의 독자가 내 책이 재밌대." "그러게. 다행이네." 아내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웃었다. 한 병으로 그칠 수도 있었는데 너무 기쁜 마음이 들어서 또 소주 한 병을 더 사 오고 말았다. 어젯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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