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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18. 2020

주말에 두 탕 뛰었습니다

곡성 음악회/북토크와 강진의 남도풍류 공연

1.
토요일엔 곡성에 갔었습니다. 곡성엔 처음 가는 것이었습니다. 김탁환 작가의 에세이 <아름다운 것은 지키는 것이다>에서 얘기를 많이 듣고 또 임종진 작가의 사진으로도 확인했지만 막상 가보니 참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아내와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해 기차마을에 있는 식당과 장터도 둘러보고 ‘밥카페 반하다’ 가는 길에 메타세콰이어길도 걸었고 카페 도착 후 섬진강변을 걸으며 산책도 했습니다. 곡성에서 만난 김탁환 선생과 최용석 선생은 새삼 반가웠고 이동현 대표는 재미있고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수 시와 씨, 송경애 선생, 이진숙 선생 등과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해냄출판사 이혜진 주간께서 SNS에서 제 글 자주 읽는다고 아는 체를 해주셔서 반갑고 고마웠구요. 발아현미로 지은 미실란 밥을 아주 맛있게 막었습니다. 가지김치는 정말 별미더군요.


약간 쌀쌀한 가을 저녁 넓은 운동장에서 펼쳐진 음악회와 북토크엔 공감과 호의, 감탄이 넘쳐흘렀죠. 그 분위기는 숙소로 옮겨간 뒤풀이 자리에서도 여전했습니다. 뒤풀이 자리와 숙소까지는 제주도에서 아들을 데리고 오신 강보식 선생 차를 얻어 타고 갔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15년 전부터 벼 품종 연구와 그 실천을 통해 곡성의 문화를 바꿔놓고 있는 <미실란>이었지만 그 과정과 의미를 글로 사람들에게 전달해 준 책은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임을 생각해 보면 글의 힘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낮에 강진에서 펼쳐지는 ‘남도풍류’ 공연 때문에 일찍 나와야 했는데 이동현 대표님이 곡성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시는 바람에 강진까지 편하게 올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곡성 만세. 미실란 만세.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만세!

2
강진도 처음 와보는 고장이었습니다. 강진버스터미널에서 정약용 유배지 옆에 있는 사의재로 가보니 벌써 야외공연장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었습니다. 남도풍류는 아내 윤혜자가 진도에서 전통문화예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젊은이들과 맺은 인연으로 함께 기획안을 낸 ‘2020 신나는 예술여행’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공연입니다. 공모전에 당선되어 잡아놓았던 공연 일정들이 코로나 19 때문에 줄줄이 취소되는 어려움을 겪다가 모처럼 열리게 된 야외공연이라 모두들 즐겁고 흥분된 얼굴들이었습니다.


1차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1시가 되자 이곳에서 상설 국악공연을 하는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객석은 금세 꽉 찼습니다. 젊은 소리꾼이자 진도씻김굿 전수자인 이소영과 고수 김태영을 비롯한 연주자들의 연주와 소리도 고르게 다 좋았지만 백미는 진도북춤의 명인 강은영 선생의 북춤이었습니다. 자그마한 몸짓에 가볍게 시작되는 북춤은 북과 꽹과리 장담이 고조됨에 따라 춤사위가 빨라지고 선생의 절도 있는 동작과 풍부한 표정은 언제나 관객들은 사로잡고도 남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잠깐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아내가 강은영 선생에게 “선생님이 무대에 올라가시면 늘 올킬이에요.” 라고 말해 모두 웃었습니다. 국악 공연은 통념 상 우리와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직접 와서 보면 새삼스럽게 몸에 유전자처럼 새겨진 ‘국악 DNA’들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점심을 먹으면서 “공연을 하는 분들은 신기한 게, 그냥 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무대 위에 올라가 악기 연주하고 춤이나 노래하는 걸 보면 수퍼맨처럼 느껴져요.” 라고 말했더니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셨습니다. 오늘 오후에도 한 번 더 공연이 있고 내일도 공연이 있는데 저는 먼저 일어나야 했습니다. 서울에 가서 할 일이 있고 다음 주에 인쇄되는 제 책에 대한 작업도 좀 할 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른 광주 가는 버스를 타긴 했는데 광주 송정역까지 가서 아내가 예매해 준 KTX를 제시간에 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저는 평소엔 똑똑한데 여행 와서 버스 노선이나 교통편 뭐 이런 거와 마주치면 백치가 됩니다. 아까도 제가 광주까지 가는 차편을 검색했더니 4시간 반이 나온다고 놀랬더니 아내가 혀를 차며 광주송정역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KTX 티켓을 예매해 준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세로 가나 모로 가나 서울에 가면 그만이라 생각하면서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글을 쓰려니 멀미가 나는군요(네, 저는 아직도 차멀미를 합니다). 아내가 옆에 있었다면 그만 쓰고 어서 자라고 야단을 쳤을 텐데. 아아, 점점 아내 의존형 남편이 되니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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