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다짐하지 말고 그냥 쓰자

how 2 write

by 편성준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 아직은 공부가 부족해서, 지금은 너무 바빠서...... 등등 온갖 핑계를 대가며 글을 안 쓰는 ‘글 쓰는 친구’가 있다(그러면서도 누가 물으면 정말 ‘글 쓰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언젠가는 꼭 대작을 쓸 거라고, 기대해 달라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틈틈이 글을 올린다. 그런데 세상에 완벽한 글이라는 게 존재할까? 만약 누군가에게 사랑과 평화와 민족과 정의와 투쟁, 성공, 행복이 모두 들어 있는 글을 쓰라고 하면 과연 어떤 글이 나올까?

재미있는 소재를 골랐다고 글까지 재밌어진다는 보장이 없듯이 어깨에 힘을 주고 쓴다고 대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전당포 노파 도끼 살인 사건’이라는 작은 이야기를 어느 논문에서 발견하고는 [죄와 벌]이라는 걸작을 썼다. 전당포 이야기만 팩트였고 나머지 라스꼴리니꼬프의 고뇌나 소냐로부터의 구원 등은 모두 작가의 통찰과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게 하면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독자의 질문을 받고 ‘굴튀김’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했고 실제로 그런 글을 썼다. 아직 안 읽었다면 지금 당장 [하루키 잡문집]이라는 책을 펼쳐 그 글을 읽어보시라.
BeeGees의 의 배리 깁은 기르던 개가 죽은 날 5월 1일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First of May’ 같은 아름다운 곡을 만들었다. 어떤 소재도 명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실한 예다.

그러니 "나는 이제 이런이런 글을 쓸 거야."라고 SNS에 다짐하는 일은 그만두고 그냥 쓰자. 막상 써보면 또 써지는 게 글이다. 글의 품질은 쓸 때가 아니라 퇴고할 때 결정 난다고, 헤밍웨이도 말했고 김탁환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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