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2 write
파티에 들고 갈 멋진 가방이 하나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디다 뒀는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가방을 찾느라 온 집안을 다 뒤진 아내가 쓴웃음을 짓는다. "분명 어디다 두긴 뒀는데, 너무 잘 뒀는지 찾을 수가 없네."
기가 막히게 멋진 문장을 떠올린 적이 있는데 도대체 그걸 어디다 적어놨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문장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그걸 썼다는 사실만 떠오르는 것이다. 아깝다. 화가 난다. 그것만 생각나면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스르륵 풀릴 것 같은데. 이런 일은 너무 자주 일어난다.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서 급하게 메모를 해놓았더라도 그대로 처박아 두면 그건 그냥 글자일 뿐이다. 적어도 메모장을 하루에 한 번씩은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메모가 글로 변한다. 그것도 열 개 중 하나 성공하면 다행이다. 나 같은 경우엔 에버노트에 담아놓는다. 길을 걷다가 뭔가 떠오르면 그게 어디에 쓰일지 당장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그냥 미련하게 쓰고 저장을 해둔다. 시간이 없을 땐 단어 하나만 적어놓고 나머지는 목소리로 녹음을 한다. 나중에 보면 왜 이런 걸 썼는지, 도대체 뭐라고 쓴 건지 몰라 암호 해독하는 기분이 드는 재미도 있다. 아무튼 자주 들여다보라. 그래야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