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아내와 반말하는 순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읽은 아내의 평

by 편성준

책이 나온 뒤로 아내는 왜 기획자인 자신에게 '저자 서명본'을 주지 않느냐고 틈만 나면 야단을 쳐왔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가지고 있는 책이 모자라 다른 분들 것부터 챙겨야 했다. 오늘 출판사에서 보내온 저자 사인용 책이 도착했길래 미리 주문을 해놓고도 이런저런 연유로 책을 못 받은 분들께 먼저 서명을 해 우체국 택배로 부치고 아내에게도 책을 한 권 선물했다. 아내는 내 서명 위에 쓴 글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적게 들어갔으니 고쳐야겠다고 트집을 잡더니 책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몇 개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셋째 딸인 자신을 넷째 딸이라고 잘못 쓴 부분은 매우 기가 막혀했다. 초고만 읽고 그 후 수정본엔 참견을 하지 않은 아내는 처음 대하는 에필로그까지 휘리릭 다 읽더니 책을 방바닥에 툭 던졌고 그걸 순자가 놓치지 않고 쳐다봤다. 아마 금박으로 처리한 제목이 반짝거려서 그런 것 같다(순자는 '츄르츄르'와 반짝거리는 것에 환장을 한다). 순자는 어젯밤 내가 술에 취해 벗어놓은 트레이닝복 바지 옆에 앉아 나와 책을 번갈아 비난하듯 쳐다본다.
"야, 너 자꾸 추리닝 이렇게 벗어놓을래?"
순자는 말이 없지만 이상하게 말을 한다면 나한테는 반말을 할 것 같다. 그럼 우리집에 있는 '자'들은 모두 내게 반말을 하는 셈이 된다.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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