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만납시다
<우리끼린 괜찮아>
요즘은 어딜 가든 마스크를 써야 해서 너무 귀찮고 힘들죠. 그래도 길거리에서 식당에서 대합실에서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아는 사람들입니다. 모임을 자제하고 약속을 취소한다 해도 아무도 안 만나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은 누군가와 대면을 하게 됩니다. 처음엔 주먹 악수를 하고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대화가 이어지고 차라도 한 잔 마시게 되면서 경계심이 흐트러집니다. 상대방과 나는 서로 잘 아는 사이입니다. 저 사람의 성향이나 성정을 알기에 동선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저 사람이 갑자기 이박삼일 교회 간부 수련회나 이태원 클럽에 갔다 왔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 않을까...? 마스크를 벗습니다. 목소리가 커집니다. 침방울이 튑니다. 둘 이상 앉아 있는 좁은 실내는 겨울이라 창문도 닫혀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아는 사람이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운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주 작고 가볍기 때문에 어디든 가서 들러붙을 수 있습니다. 아는 사이일수록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게 예의입니다. 마스크를 씁시다. 처음에 만났을 때뿐 아니라 헤어질 때까지 계속 쓰고 있어야 합니다. 음식은 싸갑시다. 함께 먹는 정겨움은 좀 뒤로 미루고 음식 싸가기 캠페인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내는 오늘 저희집에 와서 저녁을 먹기로 했던 친구 두 명에게 정중히 취소 요청을 했습니다. 그 친구도 흔쾌히 동의를 했구요. 당분간은 서로 안 만나는 게 친한 사람에 대한 배려입니다. 아무 데도 안 가는 게 나와 가족에 대한 배려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말을 유행시킨 배우 커플이 있었습니다. 이제 이 역설적인 문장을 다시 소환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면 떨어지십시오. 친하니까 안 만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