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 2020년 크리스마스 아마도이자람밴드
코로나 19 때문에 마스크도 쓰고 체온 측정도 했다. 덕분에 너무 적은 관객이 모였지만 특별히 '하우스 콘서트'에 초대된 것 같은 쾌감도 있었다. 어제 [아마도이자람밴드 공연] 콘서트는 1,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오후 3시에 시작되는 1부는 밴드 탄생부터 지금까지 연주했던 노래들을 중심으로 짜고 7시부터 시작되는 2부 공연은 밴드 구성원들이 함께 만든 곡들로만 구성한 공연이라고 했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열혈 팬인 우리 커플은 8분 만에 매진된다는 두 콘서트 티켓을 모두 구매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1부만 보고 저녁엔 홍대 앞 '로칸다 몽로'에 가서 와인과 요리를 마음껏 즐기기로 했으므로 2부 티켓은 다른 관객들을 위해 '예매 취소'를 감행했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나는 이자람이 왜 애초에 밴드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했다. 국악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고(이미 스무 살 때 <춘향가>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대중음악을 하더라도 솔로로 나설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밴드 결성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알다시피 '밴드는 반드시 깨진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로 운영이 쉽지 않다. 더구나 멤버들이 모두 평범한 걸 견디지 못하는 '예술가'들 아닌가. 이글스나 롤링 스톤즈 같은 경우는 별종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는 정말 매력적이긴 하지......라고 중구난방으로 사유를 펼치고 있었는데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역시 좋았다.
지난번 창작극 <이방인의 노래> 때는 드라마의 전개 때문이었는지 계속 안으로 수렴하고 숙려하는 보컬이었다면 이번엔 곧이곧대로 막 내지르는 느낌이라 더 솔직하고 담백했다. 밴드 멤버들 간의 화합도 돋보였다. 연주 중간 인터뷰를 빙자한 각자의 멘트 타임이 있었는데, 기타리스트 이민기는 밴드에 입성할 당시를 회상하다가 '컵라면 사건'으로 이자람을 비난했고 이자람은 대인배답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어차피 인간은 자기가 유리한 대로만 기억한다'라는 통찰을 남겼다.
초기작 <막달라 마리이> <뿔> 같은 곡들이 좋았고 중간에 천상병 시인의 시로 만든 곡들 중 <나의 가난을>을 연주한 뒤 이자람은 최근에 아주 특이한 선물을 하나 받았는데 그 책 내용이 이 곡과 비슷한 정서다, 라면서 편성준 작가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혹시 손 닿는 곳에 있으면 읽어보시라, 라고 말했다. 책에도 썼듯이 우리 커플은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열혈팬이라 내 책을 밴드에 선물로 보냈더니 이런 대답을 받게 된 것이다.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을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건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 멘트를 준비했다는 증거였다. 이자람은 우리 부부가 3시 공연에 온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이런 이벤트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따로 만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며 너스레를 떠는 대신 이렇게 호의와 고마움을 세련되게 표시해준 그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역대급 명곡들이 연주되었고, 끝날 즈음엔 마지막 멘트 삼아 인사말을 하나씩 남기기로 했다. 이자람은 자신이 2020년에 인생 최초로 변비를 경험했다면서 누구나 평생 변비에 걸리지 않고 사시길, 이라는 실용적인 인사말을 내놓았는데 약간 무안했던지 "제가 워낙 먹고 자고 싸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라고 뒤늦게 변명을 내놓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다음 멤버들부터는 얄밉게도 새해엔 모두 건강하시라는 평범한 인사말 일색이었다. 이자람은 누가 얘기하든 "이루어지리라!"라는 덕담을 붙였다. 아카펠라 곡 <안녕>을 끝 곡으로 연주하고 나자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조용했다고 생각했는지 자진해서 앵콜곡 <산다>를 매우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흐뭇하고 따뜻한 공연이었다. 너무 소수들만의 모임이라 '이날 이 공연을 못 본 사람들은 나중에 참 배가 아프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군대 가기 직전인 1987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서클 뚜라미 일 년 선배인 윤식이 형과 단 둘이 여의도에 세워진 천막에서 펼쳐진 독일 서커스단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곡예사의 첫사랑>이라는 유행가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커스라는 게 워낙 쓸쓸하고 애조 띤 행위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독일인들이 하는 공연이라면 좀 낫겠다 싶어 갔던 기억은 난다. 그런데 역시 서커스는 공연 실력과 상관없이 슬프고 아련한 정서가 있었고 관객 역시 주로 노인들이라 마음 한켠이 쓸쓸했다. 그렇게 이십 대 초반 남자 둘이 말도 못 알아듣는 공연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이규대 선생을 만났다. 이규대 선생은 당시 어린 딸과 함께 <내 이름 예솔아!>라는 곡을 전국적으로 히트시켰던 음악인이었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윤식이 형과 안면이 있어서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우리가 히트곡이 있으니 좋겠다고 덕담을 했더니 "노래는 유명해졌지만 어린아이를 데리고 술집 같은 데 가서 노래를 부를 수도 없는 일이라 정작 실속은 없다'라고 말씀하셔서 쓴웃음을 지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창작 판소리와 밴드 음악을 동시에 다 잘하는 이자람이라는 아티스트가 나타났고 아내와 나는 그의 열혈팬이 되었다. 결론은 아마도이자람밴드는 멋진 사람들이고 이번에 새 앨범도 나왔다는 얘기다. 아내가 아까 편의점에서 팔도도시락면을 사는 바람에 그걸 안주 삼아 소주를 조금 마셨더니 결론을 못 내겠다. 그래도 술을 중단하고 리뷰를 쓰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 아내는 잔다. 어쨌든 아마도이자람밴드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