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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30. 2021

아이들 눈높이에서 자유를 잘 설명해준 동화책

동화책 [폼폼은 자유로워]

코로나 19가 모든 만남을 막고 일상에서 누리던 소소한 즐거움까지 앗아가 버렸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는 일까지 멈출 순 없다. 그건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는 코끼리 폼폼도 마찬가지다. 서커스의 귀염둥이였던 폼폼은 감염병 유행으로 공연장이 폐쇄되자 망연자실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묘기 부리는 것밖에 없는데.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다른 방법이 없을까. 폼폼은 일을 잘 해내면 상을 받던 시절을 떠올리며 숲 속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그 긴 코로 친구들에게 열매도 따주고 샤워기처럼 목욕도 시켜준다. 뭔가 지켜주기도 하고 붓으로 가족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한다. 동물 친구들은 기뻐하며 그런 폼폼을 껴안아준다. 아, 예전에 서커스에선 잘하면 상을 주던데 얘네들은 칭찬을 해주고 껴안아 주네? 아, 더 좋다. 나 정말 행복한 것 같아.

그때 폼폼의 엄마가 소리친다. "여보, 저기 폼폼 좀 봐요! 서커스장에서 입었던 옷을 다 벗고 신이 났네요." 나는 이 장면에서 무릎을 쳤다. 작가는 애나 어른이나 유니폼을 벗을 때 비로소 자유가 시작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재작년 내가 회사를 그만둘 때가 생각났다. 광고회사라 유니폼을 입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입고 있던 '커머셜의 옷'을 벗어던지니 뭐든 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일들이 거품처럼 퐁퐁 솟아날 것 같던 그 순간 말이다. 이 아름다운 동화책은 정유희 편집장이 총괄디렉터를 맡았다. 온갖 풍파를 겪으며 25년이나 'PAPER'라는 잡지를 만들면서도 그녀는 용케 동심을 간직하고 있었나 보다. 아니, 아니면 이제야  어른이 된 모양이다. 진짜 어른은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잘 자란 어른들은 어린이에게도 잘 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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