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를 만드는 건

how 2 write

by 편성준

<미래의 나를 만드는 건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다>

흔히 예술이나 문학을 하는 집안에 인재들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 등 삼 형제가 모두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정 트리오'도 있고 조선시대 허균과 허난설헌 같은 스타 남매도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그거야말로 특수한 경우가 아닐까? 예전에 천재 뮤지션 자이언 T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자신의 집안은 물론 친척 중에도 음악을 하거나 음악성을 갖춘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외로웠다는 것이었다. 장석주 시인도 집안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 혼자였다고 회상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위화의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는 '내 부모님이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문학잡지 편집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분들은 모두 문학과 관계없는 의사였고 문학을 하는 친척도 하나 없어서 사방을 둘러보면 막막하기만 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처지가 싫어서 '젠장, ' '염병할' 따위의 욕을 내뱉었지만 결국 꾸준히 문학을 연마해서 [허삼관 매혈기]나 [인생] 같은 걸작들을 썼다.

미래의 나를 만드는 건 멈춰져 있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 늘 변하고 있는 현재의 나다. 그러니 학력고사 점수가 얼마였든 어떤 집안에서 자랐든 이혼을 했든 안 했든 글을 쓰는 데는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영화나 연극, 음악, 미술 포함)와 무슨 글을 쓰고 있느냐가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 예외가 하나 있는데, 아사다 지로는 ‘몰락한 명문가의 자제들 중 소설가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말을 듣고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그 낭설을 믿는 바람에 우리는 수지를 맞았다. 덕분에 [칼에 지다]라는 끝내주는 소설을 읽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강원도에 힘을 준 건 홍상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