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는 1층이 들어있다

how 2 write

by 편성준


IF라는 글자는
얼핏 보면 1F 같다
'만약'으로 시작하는
그 어떤 상상력도
1층이 튼튼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진다는
경고 아닐까

이스라엘의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는 다름 아닌 '꾸며낸 이야기를 믿는 능력'이 호모 사피엔스를 만물의 영장 위치에 오르게 했다고 말한다. '만약에 국가라는 게 있다면' '만약에 회사라는 게 생겨난다면'은 물론 '만약에 인간이 날 수 있다면' '만약 존 F. 케네디가 죽지 않았다면'처럼 만약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상상력들 덕분에 그동안의 정치와 역사, 문학작품 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놀라운 생각도 탄탄한 이성과 합리가 뒤받침 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을 뜻하는 영어 IF가 1F, 즉 일 층으로 보이는 것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기초를 쌓는 건 언제나 남들이 쓴 책과 글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오은의 『다독임』과 김은혜의 『읽는 직업』을 읽었고 어제 읽은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 「물 위의 다리」를 반추했다. 물론 인터넷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뒤지고 때때로 메모도 했다. 이게 당장이야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에 잔 근육이 한 가닥은 더 늘어났겠지 생각하면서. 아직은 1층이다. 그러나 1층이 튼튼해야 건물이 올라간다. 나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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