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이 보입니다
부부란
아닐 부 (不) 자
두 개로도
긍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주에 잘 아는 감독과 작가가 우리 부부를 만나러 왔다. 마루에서 차가운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던 감독이 갑자기 "너는 카피라이터였고 글도 쓰니까... 부부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뭐라 할 수 있을까?"라는 돌발 질문을 했고 아이, 술맛 떨어지게 왜 이래? 라며 화를 내려던 나는 머릿속에 아닐 부(不) 자 두 개를 떠올렸다. 남편과 아내를 뜻하는 '부부(夫婦)'에서 한자를 살짝 바꾸면 '부부(不不)'라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부부란 아닐 부 (不) 자 두 개로도 긍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말했고 내 이야기에 약간 감탄한 감독은 오~ 하고 얼른 막걸리잔을 높이 들었다. 감독은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자였다.
사이가 나쁘거나 멀어진 부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당신 도대체 왜 그러는데?"라는 질문(이라기보다는 비난)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엔 분명 '나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겠어'라는 부정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와 다른 모든 존재는 어느 정도 부정을 품고 있지 않던가. 그러므로 불화의 원인은 부정 때문이 아니라 그걸 이겨내지 못하는 '부정적인 마음' 때문인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술자리에서 흘러나왔던 농담을 그냥 흘려버릴 수 없어 '공처가의 캘리'로라도 남겨보기로 했다. 아닐 부 (不) 자가 두 개라도 긍정으로 승화시키면 된다. 애처가에겐 어렵더라도 공처가는 가능하다. 공처가인 나는 오늘 또 이렇게 '제 논에 물 대기'를 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