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소행성 남편의 일상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내가 직접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 도전한 요리가 파스타다. 아내 말에 의하면 파스타는 라면 삶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것이었다. 오전 11시에 미팅이 있어서 아침을 대충 때우고 삼성동에서 회의를 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간단히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했더니 아내가 '라면은 지금 절대로 먹고 싶지 않다'고 하는 바람에 전격적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아내가 파스타 만드는 걸 주의 깊게 보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이니까 이번엔 아내가 옆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냉장고에서 마늘을 꺼내 껍질을 까고 싱크대 보관용 서랍에서 올리브 오일과 페페로치노를 꺼냈다. 한쪽 인덕션으로 파스타를 삶을 물을 끓이면서 옆의 화구엔 프라이팬을 올렸다. 팬이 어느 정도 가열될 때까지 기다려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기 시작했다. 마늘이 거의 다 볶아질 때쯤 잘게 부순 페페로치노를 넣고 함께 더 볶았다. 겉봉에 5분이라 쓰여 있던 파스타를 꺼내 뜨거운 물에 넣었다. 스마트폰 타이머를 이용해 5분간 삶았다. 알람이 울리자 면을 건져 프라이팬에 넣고 마늘과 함께 볶으면서 버터를 한 조각 넣었다. 고소한 향이 확 올라왔다.
다 익은 파스타를 접시 두 개에 나누어 담았다. 면 한가운데를 굵은 나무젓가락으로 과감하게 찌른 뒤 휙 감아올려서 덜어야 하는데 내가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접시 가장자리에 오일이 지저분하게 묻었다고 아내가 야단을 쳤다. 막판에 좀 지적을 당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파스타는 늠름하게 접시에 담겨 그 위용을 뽐냈다. 마지막으로 냉장고에서 꺼낸 치즈를 살살 갈아 면 위에 덮었다. 포크로 파스타를 먹어본 아내는 "처음 해본 파스타 치고는 너무 맛있다."라며 억지로 칭찬을 해줬다. 야단만 치고 말면 다음에 내가 또 요리를 안 할까 봐 내린 '당근'인 것 같았다. 어쨌든 성공적이다. 앞으로 파스타를 몇 번 더 해서 아내에게 먹여보고 다음 요리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