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번 출연하고 싶었습니다, 『건축탐구 집』

3월 2일 밤 EBS에 '성북동 소행성'이 나옵니다

by 편성준


다른 TV 방송은 몰라도 여기에는 꼭 한 번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EBS의 『건축탐구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 연결이 되어 방송작가들이 저희 집을 한 번 다녀가더니 같은 팀의 작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사전 회의를 한 번 더 하고 며칠 뒤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촬영은 나흘에 걸쳐 계속되었는데(원래는 사흘이었는데 못 찍은 게 있다고 해서 하루 추가 촬영) 첫날은 집 전체에 대한 스케치가 있었고 두 번째 날부터는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전날까지 선약으로 잡아놨던 술손님들을 치르느라 아내는 미장원 한 번 갈 새 없이 아침 9시부터 들이닥친 촬영팀과 인터뷰를 해야 했죠. 촬영팀은 PD와 AD, 그리고 세 명의 촬영감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팀웍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농담을 활발히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최 PD가 마당 화단에 있는 수양버들 옆 나무 이름을 묻길래 아내가 치자나무라고 가르쳐 주자 "아, 한 대 치자...?"라는 아재 개그를 해도 촬영감독들은 쿡쿡 웃기만 할 뿐 크게 비난하지는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정도 농담은 평소에도 늘 한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마지못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의욕이 나서 두 눈을 반짝거리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결과가 더 좋을까요.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무턱대고 찍는 게 아니라 '성북동 소행성'이라는 집이 가진 의미를 묻고 이해하려 애쓰는 자세가 믿음직했습니다. 그러니 화면 설계에도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책꽂이나 부엌 선반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습니다. 한 카메라 감독님은 제 책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를 책꽂이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져다 놓고 찍기도 했고 고양이 순자가 전용 출입문을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장면을 찍고는 정말 흐뭇해하기도 했습니다. 경험 상 반려동물이 잘 찍힌 회차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한결 좋다는 것이었다. 촬영을 하면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저와 아내에게 자꾸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연령대 출연자들을 많이 대하다 보니 스태프들 입에 그 호칭이 붙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골목에서 마이크 테스트를 할 때 옷깃에 매단 마이크에 대고 "하나 둘, 하나 둘. 아버님 아닙니다."라고 얘기했더니 PD들이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결국 아버님과 선생님이 혼합된 호칭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마침 토요일은 한 달에 한 번씩 저희집에 모여 한국 소설을 읽는 모임 '독하다 토요일'이 있는 날이었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줌으로 진행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회원들이 모임 장면 찍는 걸 허락해 줘서 자연스럽게 촬영을 할 수 있었고 회원 중 정아름 씨와 김하늬 씨가 특별히 성북동 소행성으로 와줘서 함께 출연을 했습니다. 모임을 한지는 얼마지 됐는지, 저희들이 이 모임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고 정아름·김하늬 두 회원이 대답을 잘해주었는데 촬영을 마치고 나니 최 PD가 "아니, 원래 다들 이렇게 말씀을 잘하세요?"라고 물으며 감탄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김영옥 선생의 나레이션입니다. 정답고 사려 깊은 김 선생의 해설은 시청자들을 단박에 무장해재 시켜주는 마력이 있죠. 그리고 두 번째는 임형남·노은주 소장 커플의 출연입니다. 저는 첫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혹시 긴장해 두 분 이름을 까먹을까 봐 "임아, 형이 남이야?"라는 문장을 만들어서 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우, 남은 아니고 그냥 은주야." 하고 부인인 노은주 소장 이름까지 외우게 되더군요. 막상 만나보니 두 분은 매우 친절하고 소탈한 분들이었습니다. 저희 집을 보더니 "대들보와 서까래 크기가 집의 규모에 비해 큰 걸 보니, 큰 집 공사를 하면서 이 집까지 함께 자재를 쓴 것 같다."라고 말하며 집 지을 당시를 상상해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이죠. 이 집에 살던 분이 기와 공사를 하는 '와공' 출신이시라 지붕이 새는 곳 하나 없이 튼튼하다고 했더니 그 또한 운이 좋은 거라고 하며 또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임형남 소장은 '사람이 집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고, 우리가 집수리 과정에서 큰 갈등이 없었다는 걸 듣고 '집은 결국 사람인데, 두 분이 너무 빡빡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덕담도 해주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이라 아내가 시래기밥과 시금치볶음, 밤묵, 콜라비 김치 등으로 간단히 비건 밥상을 차려 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임형남 소장과 노은주 소장님은 그렇게 오랫동안 두 사람이 같이 나와도 부부인 줄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다고 하며 웃더군요.


촬영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침 그 날이 집 계약한 지 딱 일 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일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집수리하고 책을 내고 고등학교 방역 알바를 다니던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며칠 전 방송작가가 이번 주 건축탐구 집 예고편을 보내줘서 보긴 했는데 본편이 어떻게 나올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일 밤에 방송되니까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요. 저희는 집에서 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일도 같이 하니까 기회가 될 때마다 매스컴에 노출을 하긴 합니다만 이번 촬영은 노출이라기보다는 같이 뭔가 작품을 만드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니 저희 두 사람의 모습을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그럼 내일, 3월 2일 화요일 밤에 EBS에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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