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2 write : 유튜브를 그냥 유튜브라고 부르면 안 될까?
'너튜브'라는 말이 유행이다. TV에 나온 패널들이 유튜브를 그렇게 부르는 것인데 아마도 특정 브랜드의 언급을 피하기 위해 누가 재치 있게 했던 말을 너도 나도 가져가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비슷한 말로 '뒷담화'가 있다. 이는 뒤에서 함부로 남의 이야기를 한다는 뜻의 속어 '뒷다마'를 방송작가들이 순화하느라 만들어낸 말이지만 이제는 거의 표준어 대접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책 홍보 때문에 시니어TV라는 케이블 방송에 출연했을 때 강연 도중 내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언급하자 진행하던 방송국 PD가 손을 들더니 "죄송하지만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말고 SNS라고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물었더니 특정 상표를 말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런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다시 그렇게 바꿔 불러서 겨우 녹화를 끝냈다.
MBC가 아니고 M본부, KBS가 아니라 K본부... 방송에 나와 타 방송국을 이렇게 부르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토크쇼나 인터뷰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다. MBC에서 만드는 드라마에서 대학교 이름을 언급할 때 '문화대학교'라는 조어를 수십 년째 사용한다. 이를 두고 소설가 장강명은 예스24 칼럼에서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에서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나 《로키 마운틴 뉴스》처럼 진짜로 존재하는 신문사들이 버젓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자문한 뒤 '아마 다들 그렇게 표기하는 분위기이거나 집단적인 습관에 따르는 것이 아닐까' 자답하면서 자기도 구성하고 있는 소설이 있는데 거기서 연세대를 '연희대'라고 하면 웃길 것 같다면서 끝을 맺었다.
나는 이게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의 '돈봉투'와 비슷한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부조를 할 때 평소엔 사용하지도 않던 편지봉투를 찾아 현금을 넣음으로써 돈을 가린다. 혼주나 상주가 현장에서 돈의 액수를 알게 되는 것은 서로 실례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똑바로 말하지 못하고 돌려 말해야 사는 세상.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본을 보이니까 다음 세대도 다음다음 세대도 당연한 줄 알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어느 시대든 어른들이 잘못하는 게 너무 많다. 나도 나보다 나이 많았던 어른들 덕분에 비겁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에서 누군가 마누라가 '마주 누워라'의 준말이라고 쓰니까 '아, 그렇군요' '재밌네요. 몰랐던 사실인데...' 등등의 댓글이 달리는 걸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이처럼 명백하게 사실이 아닌 것도 우기다 보면 언젠가는 사실로 굳어져 버리고 말 것이다. SBS 『TV동물농장』을 보다가 '누가 민중을 개 돼지라고 했나'라는 자막을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그건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전 정권의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이 사석에서 '신분제가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민중을 깔아뭉개는 의미로 사용했던 인용문이기 때문이다. 맥락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자막이지만 일요일 아침에 가족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눈길 걸을 때 함부로 밟지 마라,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훗날 누군가의 길이 되리니'라는 서산대사의 선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먼저 산 사람들이 똑바로 말하고 바르게 쓰는 것은 중요하다. 소설이든 방송 대본이든 글을 쓰는 사람의 책임이 무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유튜브는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가 아니다. 그냥 유튜브라고 부르면 된다. 혹시 그러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확하기 그 이유를 따져 물어보시라. 대부분 타당한 이유를 대지 못할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알아서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나도 마지막 문장을 '간곡하게' 돌려 말할까 하다가 그냥 지금처럼(그냥 유튜브라고 부르면 된다고) 쓰기로 했다. 그동안 돌려 말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의 차원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