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pr 30. 2021

이병진 팀장에게 당할 뻔하다.

진주문고 북토크 후기

이병진 팀장은 흉악한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서점으로 북토크를 알선한 뒤 순진한 작가를 꼬셔 재고를 팔아넘기는 데 이력이 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한강의 <작별>은 정말 끝내주는 단편소설이었어요.”라는 말로 늦은 술자리는 시작되었다. 진주문고에서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북토크가 끝난 뒤 만 원에 네 캔 하는 맥주와 이름 모를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나를  숙소로 데려 간 이병진 팀장은 한강의 작품 말고도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설재인의 소설  『내가 만든 여자들』과  엄기호의 『단속사회』 등을 들먹이며 한참 문학혼을 불태우다가 불현듯 택시를 잡아타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점심시간에 다시 서점으로 가보니 이병진 팀장은 어제 얘기했던 설재인의 소설은 물론  작가의 에세이집 『어퍼컷  날려도 되겠습니까』까지 꺼내와 내게 안겼고 글쓰기 책도   추천해 달라고 인사치레로 말한 나에게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와 이태준의 『문장강화』, 그리고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까지 마구잡이로 추천을 감행했다. 다행히  책들은 재고가 없어서 사지 못했고 대신 그가  감명 깊게 읽었다는 정혁용의 소설  『침입자들』까지  권을  뒤에야 겨우 서점을 빠져나올  있었다.  권은 재고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강연료를 책값으로  털릴 뻔했다. 내일 서울에 가면 아내에게는 서점에서 책을   선물로 주더라고 거짓말을 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거의 모든 책은 제값을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