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는 아무런 경계심이 없으니까요
지난주에 영화를 보러 명동으로 나갔다. 코로나 19 팬데믹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이 모두 사라진 명동의 거리는 황량하고 쓸쓸했다. 사보이호텔 앞을 지나던 내가 아내에게 물었다.
성준) 여보,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 마스크를 안 쓰고 살게 될까?
혜자) 그러게 말이야...
성준) 귀와 코를 막는 확실하고 편리한 방법만 나오면 진짜 대박일 텐데!
혜자) 귀와 코?
성준)......?
혜자) 입과 코겠지.
성준) 아, 입과 코! 귀를 막으면 안 들리기만 하겠구나.
혜자) 내가 미쳐요.
성준) 여보, 그래서 입과 코를 간단하게 가리는 방법만 나오면...
영화 변검처럼 이렇게, 착~!(변검 교체하는 흉내를 낸다)
혜자) 그만해.
성준) 이렇게, 착~!
혜자) 그만 해. 지겨워.
성준) 네.
명동 거리에서 변검 흉내를 내다가 아내에게 제지를 당했다. 그보다 먼저 귀를 막는 얘기를 해서 아내를 어이없게 했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하는 헛소리의 대부분은 아내 앞에서 이루어진다. 무식한 얘기도 아내에게 제일 많이 한다. 왜냐하면 아내에게는 아무런 경계심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제일 많이 혼내는 것도 아내지만 제일 염려해주고 감싸주는 사람도 결국은 아내다. 잘난 척도 해야 하고 착한 척도 해야 해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지만, 아내 앞에서는 마음 놓고 틀려도 된다. 그녀는 언제나 내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