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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13. 2019

동무, 인민이 무슨 뜻인지 아시오?

옛노래를 듣다가 만나는 우리 역사의 비극


주말에 유튜브에서 '주현미TV'를 틀어 아름다운 옛노래들을 듣다보면 놀라게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주현미가 노래를 너무나 잘하고 어쿠스틱 기타와 아코디언 반주가 담백해서 '트로트' 하면 자연반사적으로 떠오르던 반짝이 의상이나 싸구려 감정 과잉 등이 전혀 없다. 그리고 함께 나오는 자막을 통해 노래의 가사들을 곱씹어보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주현미는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모든 노래들을 2절이나 3절까지 있는대로 다 부르는데 철저하게 취입 당시의 원가사를 고집하는 듯하다. 따라서 이 노래의 가사가 이랬던가, 하는 것을 넘어 2절에 저런 내용이 숨어 있었던가, 하고 감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오늘 들은 백난아의 '찔레꽃'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가요무대 같은 곳에서 불려지는 노래가 원곡 가사에서 얼마나 많이 변질되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는 1942년 김영일과 김교성이 만들 당시엔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동무야'였고 '달 뜨면 산에 올라 노래하던 동창생'의 원래 가사도 '달뜨면 산에 올라 노래하던 세 동무'였다. 1945년 일제로부터의 독립이 그대로 남북분단으로 이어진 이후 북측에서 동무라는 호칭을 평등사회의 개념어로 많이 쓰게 되자 남측에서는 오히려 그 사용을 자제하는 어이없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동요를 부르다가 '동무들아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라는 노래를 듣고 이건 북한 노래였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영어로 'People'이라는 뜻을 가진 인민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단지 북한에서 쓴다는 이유로 우리는 인민 대신 일본 '황국신민'의 준말인 국민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제라도 바로잡아보자는 뜻으로 얼마 전부터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긴 했지만 이미 고착화된 우리 언어 생활에 그 정도 조치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다. 당장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지 않은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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