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성북동소행성 풍경입니다
비 오는 날 아침 한옥 지붕과 양철 빗물받이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이스 캐럴 오츠의 『흉가』를 읽다가 문득 눈을 들어 창문 밖을 바라보니 참 좋다, 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까 동네 세븐일레븐에서 아내와 내가 마실 커피를 사 왔다. 평소엔 내 것만 사 오는데 오늘은 아내도 일찍 깨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길래 두 잔을 사 온 것이다. 세븐일레븐 사장님이 어제 1,500원짜리 커피를 1,200원만 받으셔서 그러지 말라고(어제는 신용카드로 냈다) 오늘은 현금을 가져갔더니 또 1,200원만 받으셨다. 아마도 새벽마다 커피를 사러 오는 내가 반갑기도 하고 뭔가 친하다는 표시를 하고 싶어서 그러시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세븐일레븐 사장님이 손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가 세븐일레븐 커피라고 들었어.”라고 하면서 웃었다. 아무튼 아침부터 누군가의 호의를 만난다는 건 기쁜 일 아닌가. 그래도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 내일은 커피를 먼저 내린 다음 현금 1,500원을 편의점 카운터 위에 냅다 던지고 뛰어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