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기록
아내와 제주도 숙소에서 채소와 두부 등으로 만든 채식 안주에 한라산 소주를 마셨다. ‘우리는 왜 저녁이면 술을 마시는 걸까?’ 같은 뻔한 주제를 거쳐 “여보, 뭐 안주가 더 없을까?”라고 내가 요청하는 바람에 아내가 숙소 싱크대 안에 있던 꽁치통조림을 찾아 부침가루를 발라 구웠다.
아내는 채식을 한 후 술 마시는 습성이 달라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말 그렇다. 예전엔 술자리라고 하면 ‘치익~‘하고 고기 굽는 소리부터 떠올렸는데 이젠 술을 마셔도 채식 동물들 모임처럼 분위기가 순해졌다. 알코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술자리 특유의 왁짜지껄한 분위기에 익숙한 세월이 길기 때문이다.
출판기획자인 아내는 ‘비건이 된 알코올 중독자’라는 컨셉으로 글을 써보면 재밌겠다고 말하며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고개를 외로 꼬며 아내에게 소주를 따라줬다. 일단 나는 아직 비건이 아니며, 뭔가 쓰지고 얘기만 하고 정작 쓰는 건 남한테 미루는 기획자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저러나 알중이가 비건이 되는 얘기, 재밌긴 할 것 같다. 누굴 꼬셔서 써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