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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24. 2021

고급 파리채와 희수의 명언, 그리고 순자

요즘도 파리채들 쓰시나요?

찢어진 연결 부위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쓰던 파리채가 고장 나는 바람에 아침에 동네 슈퍼에 가서  파리채를  왔다. 우리는 장을 담그는 집이라 그런지 여름이면 마당에서 파리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편이다. 작은 파리도 있고 아주  파리도 있다. 아내와 나는 틈나는 대로 마당에 서서 파리를 때려잡는다.  안에서는 리퀴드 액체 전자모기향을 쓰지만 밖에선 파리채가 제격이다. 가끔 벌도 나타나는데 얘네들은 무서워서 죽이진 못하고 그냥 쫓기만 한다.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는 꼬마 희수와 같이 파리를 잡을 때도 있다. 희수에게 파리 잡기는 일종의 놀이다. 마당에서 파리를 잡을  나는 희수를 칭찬한다. ",  잡는데? 희수!" 그러면 희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파리채를 더욱 빠르게 내려친다.  번은 파리  마리를 놓치고 이런 명언을 내놓기도 했다. "요즘 파리들은   잡혀요!" , 희수가 어떻게 옛날 파리들을 알고 있는 걸까.  자식은 이제 겨우 여덟 살인데.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은' '요즘 사람들은' 하는 소리를 듣고 따라 하는  분명하다. 애들 앞에서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그나저나 오늘은 슈퍼에 가서 파리채에도 고급이 있고 고급이 아닌(일반이나 덕용)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굳이 고급을 원하는  아닌데, 하면서 결국 고급 파리채를  오고 말았다. 슈퍼 여성 사장님이 "아유, 하나 남았네. 1,200원이라 쓰여 있지만 1,500원이에요. 잘못 붙였어." 하면서  신용카드를 긁으셨고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도대체 일반 파리채는 어딜 가야   있는 걸까? 생각하며 장독대 앞에 서서 파리를 잡아 보았다. 역시  잡힌다. 고급이 좋긴 하다. 툇마루 장롱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순자가 그런 나를 비웃듯이 바라본다. 어째서 순자가 나를 바라보면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순자야,  그러다 파리채로   맞는다.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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