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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30. 2021

어느 '책 소개팅 주선남'의 성실한 기록

이성갑의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

이성갑은 오늘도 부지런히 소개팅을 주선 중이다. 그의 소개팅으로 엮이는 남녀는 바로 책과 독자들이다. 그는 세상에 나오는 책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살핀 뒤 그중 뛰어난 작품들만 골라 서점에 오는 손님들과 짝을 맺어주려 안달이다. "이 책 한 번 읽어보시라." 그가 서점과 인스타그램·라방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이 문장일 것이다. 그의 책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가 2021 세종도서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책을 대학로 동양서림에 주문했다. 사실 부산에서 '주책공사'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이성갑 대표는 책을 내기 전부터 이미 셀럽이었다. 그의 지독한 책 사랑이 그를 '책에 미친 남자'로 만들었고 그런 그의 진심은 전국의 눈 밝은 독자들에게 바로 가 닿았던 것이다.


만약 이성갑 대표가 환자라면 그의 병명은 '습관성 도서 구입증 및 권유증'이 될 것이다. 찰스 부코스키가 나오는 꿈을 꾸고 2019년에 가장 많이 산 책이라며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를 '닥책을 뛰어넘는 닥닥닥책책책'이라 말하는 그를 무슨 수로 말릴 수 있을까. 시인 기형도는 90년대 한국문학의 KEY라면서 손님에게 공짜로 『입 속의 검은 잎』을 안기는 그를 어떤 약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가 '닥책'이라 여기는 100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백 권의 추천 글보다 좋은 건 글 말미에 필기체로 쓰여 있는 또 다른 책의 추천 글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이 짧은 문장들이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한다.


나는 그가 라방에서 '올해의  '이라 외친 박홍규  교수의 인터뷰집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를 뒤늦게 알게  것만으로도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라방에서 나의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를 소개하면서 '재밌다' 소리를 여덟 번이나  것에 대해서도 무한 감사를 드리는 사람이다. 아마 책이 조금만 늦게 나왔어도  책이 여기에 소개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뿔싸, '오삼익'  책보다   먼저 출간된 책이다. 자고로 사람이든 책이든 때를  타고나야 한다는 아쉬운 생각을 하며 나도 이성갑의 멘트를 따라 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읽어보시라. '참을  없는  소개의 즐거움' 알아버린 어떤 독신남의 성실한 기록이 당신의 마음과 정신을 빵빵하게 채워줄  틀림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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