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갑의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
이성갑은 오늘도 부지런히 소개팅을 주선 중이다. 그의 소개팅으로 엮이는 남녀는 바로 책과 독자들이다. 그는 세상에 나오는 책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살핀 뒤 그중 뛰어난 작품들만 골라 서점에 오는 손님들과 짝을 맺어주려 안달이다. "이 책 한 번 읽어보시라." 그가 서점과 인스타그램·라방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이 문장일 것이다. 그의 책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가 2021 세종도서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책을 대학로 동양서림에 주문했다. 사실 부산에서 '주책공사'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이성갑 대표는 책을 내기 전부터 이미 셀럽이었다. 그의 지독한 책 사랑이 그를 '책에 미친 남자'로 만들었고 그런 그의 진심은 전국의 눈 밝은 독자들에게 바로 가 닿았던 것이다.
만약 이성갑 대표가 환자라면 그의 병명은 '습관성 도서 구입증 및 권유증'이 될 것이다. 찰스 부코스키가 나오는 꿈을 꾸고 2019년에 가장 많이 산 책이라며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를 '닥책을 뛰어넘는 닥닥닥책책책'이라 말하는 그를 무슨 수로 말릴 수 있을까. 시인 기형도는 90년대 한국문학의 KEY라면서 손님에게 공짜로 『입 속의 검은 잎』을 안기는 그를 어떤 약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가 '닥책'이라 여기는 100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백 권의 추천 글보다 좋은 건 글 말미에 필기체로 쓰여 있는 또 다른 책의 추천 글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이 짧은 문장들이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한다.
나는 그가 라방에서 '올해의 원 픽'이라 외친 박홍규 교수의 인터뷰집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를 뒤늦게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라방에서 나의 첫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소개하면서 '재밌다'는 소리를 여덟 번이나 한 것에 대해서도 무한 감사를 드리는 사람이다. 아마 책이 조금만 늦게 나왔어도 내 책이 여기에 소개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뿔싸, '오삼익'은 내 책보다 두 달 먼저 출간된 책이다. 자고로 사람이든 책이든 때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아쉬운 생각을 하며 나도 이성갑의 멘트를 따라 하며 책 리뷰를 마칠까 한다. 이 책 한 번 읽어보시라. '참을 수 없는 책 소개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어떤 독신남의 성실한 기록이 당신의 마음과 정신을 빵빵하게 채워줄 게 틀림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