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를 꿈꾸는 우리에게 도착한 희망의 메시지

박재희의 『산티아고 어게인』

by 편성준

"여행 중 여권을 잃어버려야 한다면 리스본을 추천하고 싶다."

이 무슨 웃기는 문장인가. 그런데 그 밑에 있는 사연을 읽어보면 작가가 왜 이런 문장을 이렇게 썼는지 이해가 된다. 여행작가 박재희가 리스본에서 여권을 소매치기당한 후 만난 리스본 여권 담당관은 작가가 평생 만난 모든 공무원과는 달랐다고 한다. 자기 일처럼 외국인을 돌봐주고 근심하던 사람, 마치 낯선 외지에 처음 여행 온 친구를 소개받은 것처럼 진심으로 민원인을 대하던 공무원을 보며 작가는 말한다. 친절은 힘이 세다고.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지친 우리에게도 이런 친절함이 필요한 건 아닐까? 나는 그런 친절함을 베풀어줄 사람이 다름 아닌 박재희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순식간에 여행할 자유를 잃었고 사람들과 만나 웃고 떠들 기회를 박탈당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뉴스로 듣는 소식은 전 세계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이고 어디를 가나 마스크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의심하는 얼굴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다가 박재희의 여행기 『산티아고 어게인』을 만났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제목에 왜 '어게인'이 들어갔을까를 생각했다. '다시'라는 말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 다시 그곳에 갔으면, 다시 친한 사람을 만났으면, 다시 모여서 웃고 떠들었으면, 다시 사랑했으면... 모두의 염원이 들어 있는 다시라는 그 말. 그게 바로 '산티아고 어게인'의 핵심어일 것이다. 오늘 서점에 도착한 책을 받아와 휘리릭 읽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아냐 아냐. 이런 책은 하루에 몇 페이지씩 천천히 아껴 읽어야지. 그리고 다시 꿈을 꿔야지.


칼 세이건은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우주라는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라고 말했단다. 다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꿈과 희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이 책을 링거처럼 영혼의 팔뚝에 꽂아보기로 했다. 다시 기운을 차려야 하니까. 잃어버린 기쁨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꿈을 꾸어야 하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책 소개팅 주선남'의 성실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