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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09. 2021

이청준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좋았던

편혜영의 『죽은 자로 하여금』

좋은 소설을 읽었다. 편혜영의 『죽은 자로 하여금』은 읽는 내내 스무 살 즈음 이청준의 소설을 처음 읽을 때 느꼈던 차분하면서도 기이한 감동을 상기시키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려고 병원을 얼마나 오랫동안 취재하고 사람들을 만났을까.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도 병원을 배경으로 하지만 작가의 성향이 다른만큼 소설의 분위기나 내용도 매우 다르다. 주인공 무주와 이석은 안 그런 척하면서 계속 선문답을 주고받는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게 왜 좋으냐. 돈을 주니까. 약도 주고 병도 주니까. 병원 밖은 더 싫으니까.

 소설은 병원이 배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병원 원무과를 중심으로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간다. 거기엔 직장, 아이, , 생명, 윤리, 협잡, 방관, 이익, , 크레인, 도시, 지방... 등등 인간 세상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좋은 드라마란 '주인공이 뭔가를 이루려고 부단히 애쓰는데도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소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시점에서 끝을 맺는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여기서 끝내는  완벽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편혜영이라는 작가가 글을 정말  썼다는 반증이 아닐까. 짧은 분량이지만 읽는 내내 담담하게 슬프고 읽은 뒤의 감동은 묵직하다. 이번  '독하다 토요일' 책으로 선정한 작품인데, 그런  떠나서 그저 강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후로 이 소설 뒤에 붙은 작품 해설도 역대급으로 안 좋다. 제발 좋은 작품 뒤에 나쁜 해설 좀 그만 붙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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