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Jul 02. 2021

가로수길「PAUL HAN(폴한)」

이 맨즈 샵 추천합니다

어제 내게 글쓰기수업 모임을 의뢰하신 논술학원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 신사동에 나갔다가 폴한에 들렀다. 가로수길 김봉남포차 옆에 있는 폴한은 남성 슈트와 셔츠, 액세서리 등 국내외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아담한 맨즈 샵인데 주인인 'PAUL HAN'이 내 대학 서클 뚜라미 선배 명호 형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혼자 있던 명호 형이 반갑게 인사를 걸어왔다. 내가 여기서 산 혁대의 칸을 줄이려다가 가죽에 구멍을 뚫지 못해 가져왔다고 했더니 아내에게 얘기를 들었노라고 말하며 팔찌를 하나 더 사 오라고 한 것까지 안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리 다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인스타그램 댓글로 어제 아내가 그렇게 썼다는 것이었다. 형은 아내가 노란색을 가지고 있으니 초록색으로 대비를 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했고 나는 그러자고 찬성했다.


명호 형은 홍익대 미대를 나온 뒤 이탈리아 유학을 한 사람이라 의상 외에 그림 작업에도 열심인 아티스트다. 나는 매장 안에 있는 그의 그림들을 둘러보며 "아내가 형의 그림을 가지고 싶어 해요."라고 말했더니 아직 미완성작이라고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림값을 살짝 물어보니 당장 구입할 순 없지만 화가의 실력에 비해 매우 착한 가격이었다. 형이 냉장고에서 '말리'라고 쓰여 있는 코코넛 워터 팩을 하나 꺼내 주는데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자기는 탄산을 싫어해서 이 태국 음료를 쿠팡으로 배달시켜 먹는다고 했다. 나는 "쿠팡은 나쁜 기업"이라는 말이 목구멍을 지나 혀뿌리까지 튀어나왔으나 괜한 오지랖을 부리기 싫어서 얼른 손가락으로 혓바닥을 눌렀다. 고쳐준 혁대를 다시 매고 작은 천주머니에 넣어 준 팔찌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돌아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구회사 회장님과 패왕별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