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록 시인의 산문집『그립소』를 권합니다
아침에 마당에서 아내가 사 온 유병록 시인의 산문집 『그립소』를 읽다가 명절이 되면 텔레비전으로 씨름 경기를 봤다는 얘기를 읽었다. 그 대목을 읽다 보니 내가 어렸을 때 1월 1일이면 TV에서 영화 『자이언트』를 방영해주던 게 기억났다. 록 허드슨,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임스 딘 등 당시의 스타들이 떼로 나오는 대작이었다. 왜 해마다 신정이면 이 영화를 틀어주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해마다 신정이면 이 영화를 보았다. 아주 어렸을 때는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멋있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었던 누나가 진짜 멋있는 건 제임스 딘이라고 말했다. 집안의 일꾼이었던 제임스 딘은 록 허드슨의 누이가 유산으로 남긴 황무지에서 석유를 시추해 부자가 된다. 제임스 딘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검은 석유를 뒤집어쓰고 웃는 장면은 정말 멋있었다.
그러다가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영화 말미에 록 허드슨이 유색인종인 며느리와 함께 식당에 들어갔는데 주인이 차별 대우를 하자 화가 나사 주먹싸움을 벌인다. 얼굴을 냅다 얻어맞고 주저앉은 록 허드슨을 보고 울컥했다. 진짜 어른 같았다. 어렸을 땐 보이지 않던 장면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좋은 영화는 볼 때마다 저렇게 새로운 게 보이는구나. 나도 좋은 글을 써야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이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