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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05. 2021

영업 비밀을 털어놓는 작가들

지승호·정유정의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책상 위에 굴러다니고 있던 스프링 노트를 뒤적거리다가 몇 주 전 도서관에서 빌렸던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을 때 해 놨던 메모를 발견했다. 이 책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소설가 정유정의 인터뷰집이다. 상대적으로 인터뷰어의 질문은 평범한데 인터뷰이의 대답이 질문자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정유정의 이야기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정유정이 스티븐 킹의 팬이라는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책에  팬심의 동기가 자세히 나와 있다. 공모전에 번번이 떨어지던 정유정은  어느   벌떡 일어나 남편에게 원만 달라고 한다.   하려고 그러냐는 남편의 질문에 소주    가지고 오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골목에  중고 책방 하나가 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심코 책방 안으로 들어가 앉아 아무 책이나 하나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겉표지와 앞장  페이지가 찢겨나간 책이었는데도 무엇에 홀린  앉아 읽다가 기어이  책을  가지고  밤새 읽었다.   책은 『사계』  '가을’. 그러니까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 들어있는   말이다. 아무튼 그녀는 그날 밤을 계기로 스티븐 킹의 팬이 되었고 절판된 작품까지 그의 소설을 모두 구해 반복해서 읽고 분석하다가 진짜 소설가가 되었다.


2007년 어느 날 저녁에  집에서 아들이 전화를 받아서는 "저희 세계일보 안 보는데요?"라고 하길래 빼앗아 들어보니 자신의 작품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세계문학상 당선 소식이었다는 얘기도 재미있다.  나는 책을 읽다가 내  글쓰기 강의에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이 없을까 하며 틈틈이 노트에 메모를 했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들이다. 작가들은 참 착하고 마음 약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순순히 영업 비밀들을 다 털어놓다니.




"소설을 쓰기 전 공부하고 자료 조사하는 걸 두려워하거나 귀찮아하면 이야기가 두리뭉실하게 서술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과학 부분이 틀려선 안 된다."


"결말을 쓸 때 우연을 이용하면 안 된다. 우연은 전개 진입 부분 이전에 나와야 한다."


"작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 중 하나가 오문·비문이다."


"플롯이란 작품 속에 들어있는 '사건들의 배열'이다."


"우리 몸이 건강하려면 지방과 근육이 골고루 필요하듯이 사건과 에피소드도 적정 비율로 존재해야 한다. 사건만 나열하면 이야기가 앙상해지고 에피소드만 모아놓으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소설을 시작할 때 해야 할 여섯 가지 질문 :


첫째, 등장인물은 어떤 사람들인가

둘째,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셋째, 그들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넷째,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성취하는가

다섯째,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여섯째,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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