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도서관 강연도 자주 합니다
급하게 강의안 두 개를 만들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도서관에서 하는 이십만 원짜리 강연이고 또 하나는 정부기관에 가서 하는 팔십만 원짜리 강연이었습니다. 두 강연 모두 '코로나 19 시대를 맞은 현대인들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그나마 희망과 위로를 품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나'에 대한 통찰과 방향 제시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에 쓴 내용 중 '좀 바보 같이 살아도 큰일 안 난다'는 제 나름의 경험담과 '쓸 데 없는 일을 많이 할수록 인생은 재미있어진다'는 제 나름의 인생철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강연용 PPT를 만들다 보니 이십만 원짜리 강연과 팔십만 원짜리 강연이 이렇게 비슷해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팔십만 원짜리 강의안에서 몇 가지 내용을 덜어내 이십만 원짜리를 따로 만들어볼까 하는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뭐 대단한 인생 경험이 있고 할 얘기가 그리 많다고 빼기까지 한단 말입니까. 강의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는 걸 어느새 망각하고 말이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 둘 다 백만 원짜리 강의안을 만들자. 이번 강연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대 바겐 세일하자. 비 오는 날 아침 마당 캠핑의자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마시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툇마루에 앉아 있던 고양이 순자도 잘 생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느 배달업체 광고가 말했습니다. 맛있게 먹으면 영 칼로리이고 열심히 만들면 다 백만 원짜리 강의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