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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11. 2021

어머니대성집에서 떠들던 그놈

용두동 해장국집에 얽힌 추억

무척 말이 많은 남자였다. 대기업 마케팅팀에 다니는 모양인데 대개의 마케터들이 그렇듯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환했고 잘난 척이 매우 심했다. 토요일 아침에 해장국집에 앉아 밥을 먹는 주제에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신기했는데 맞은편에 앉아서 그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친구가 불쌍할 지경이었다. 말끝마다 자기가 일을 잘한다는 얘기였으니까. 한쪽 구석 테이블에 쭈그려 앉아 선지해장국을 먹던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마케팅을 다 책임지고 있는 것 같은 놈의 구라를 들으며 전날 마신 술이 다시 올라와 죽을 것 같았다.

처음 만나는 놈을 이렇게 미워할 수가 있구나, 생각하며 계산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그때까지 가열하게 떠들던 놈이 갑자기 발딱 일어나 화장실로  튀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큰일을 보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미운 놈은 어떡하든 밉게 보이는 재주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놈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쁜 애들은 이쁜 짓을 하고 미운 놈들은  미운 짓만 한다. 아침에 아내와 산책을 하며 어머니대성집 가던 옛날 얘기를 하다가 그놈까지 소환하고 말았다. 아내가 페스코 베지터리언이  이후로는 어머니대성집은 발길을 끊었지만 생각난 김에  마디만 하자. , 재작년에 용두동에 있는 어머니대성집에서 떠들던 미친놈아.  때문에 내가 그날 아픈 배를 움켜쥐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  처음 봐도  보기 싫던 놈아.


오늘의 맞춤법 : 가열차다() 가열하다(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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