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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25. 2021

두 편의 영화

이정훈의『기적』과 이우정의『최선의 삶』

추석에 극장에 가서  영화는  편이었다. 『기적』은 오동진 기자의 페이스북 추천 글을 읽고 마음을 정했고 『최선의 선택』은 인스타그램에서  'moviesta.hj'라는 이름을 쓰는 분의 추천을 믿어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기적은 좋았고 최선의 선택은 아쉬웠다.


'기적'은 그저 그런 촌스러운 가족 영화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팩트와 판타지가 섞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설득력 있는 플롯이었고 경상도 사투리 중에서도 봉화 사람에게  자문을 받은 건 성실한 태도였다(엔딩 크레딧에 나온다). 특히 대사 타이밍이 좋았다. 이야기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제 속도로 달려갔고 한 번 정도 빼고는 다 적당한 눈물과 웃음이었다. 박정민이나 이성민의 연기는 명불허전, 처음 보는 배우 이수경도 좋았다. 임윤아는『엑시트』에서 놀랐는데 이젠 완전히 배우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반면 '최선의 삶'은 아쉬웠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이야기라도 서사가 마구 달려갔으면 하는데 이 작품엔 생략과 멈춤이 너무 많았다. 고민이 있으면 얼굴을 찡그리거나 한숨을 쉬는 대신 고민의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을 다물면 그게 연옥이고 지옥이다. 배우들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이 많은 시나리오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는데 특히 심달기가 멋졌다. 이 영화가 좋았다고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취향의 문제다. 그런데 나는 인디영화라고 해서 관객이 생략된 서사와 속도감까지 애써 해석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명동에서 영화를 보고 성북동까지 걸어오면서 아내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영화에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가 '올해의 인디영화라 생각하느냐' 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나저나 극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다. 소설가 김훈 식으로 말한다면 사람들아, 극장에 가서 영화   다오. 그래야 영화 만드는 사람이  돈으로  영화 만들지. 극장은 다들 마스크 쓰고 앉아 있어서 술집이나 식당보다 안전하다. 가을엔 극장에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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