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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20. 2021

펜으로 메모를 해야 하는 이유

how 2 write : 글쓰기 방법론

일찍 눈이 떠지는 바람에 일어나 책상 앞으로 와서 에버노트와 메모장, 종이 노트 들을 뒤지며 놀았다. 어제 일찍 잔 데다가 새벽에 이런저런 꿈을 꾸다가 약간 심란해져 깼는데 다시 자기는 싫어서 아예 마루로 나온 것이다. 이러다 졸리면 다시 들어가 아내 곁에 누우면 된다. 직장을 다닐 때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지만 이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역시 회사를 그만둔 건 잘한 일이다.


나는 내가 쓰는 노트를 뒤적이는 걸 좋아한다. 생각날 때마다 노트에 메모를 하기 때문이다. 노트의 종류는 다양한데 몰스킨 같은 작은 수첩 형태도 있고 두꺼운 다이어리, 갱지를 묶은 스프링 노트도 있다. 거기엔 스쳐 지나가는 단상을 적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제법 완성도가 있는 글도 보인다. 다 보물을 묻어둔다는 심정으로 쓴 메모들이다. 물론 그중의 대부분은 햇빛에 반짝이던 사금파리처럼 쓸 모 없는 것으로 밝혀지지만 아주 가끔은 끝까지 살아남아 보물이 되기도 한다.  

당신에게도 메모 노트가 있는가? 스마트폰에 쓴다고? 손으로 쓰는 것과 자판에 치는 게 굉장히 다르다는 걸 혹시 알고 있는가.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손으로 쓰는 것이다. 요즘은 메모 대신 사진으로 찍어둘 때가 많다고? 당신이 사진첩을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엔 너무 많은 자료들이 들어있어서 오히려 정작 중요한 건 찾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찍어 놓은 사진이 수천 장 쌓이면 보는 데만도 수십 분이 걸리기 때문에 지레 포기할 여지도 있다.  심지어 가끔은 스마트폰 기종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자료들을 다 날리기도 한다. 요즘은 '아이클라우드’가 있어서 그럴 리가 없다고? 천만에. 어디에나 멍청한 직원은 있고 어디서나 어이없는 실수는 반복된다.

손으로 쓰는 것에 분명 한계는 있다. 하지만 그 한계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 뇌는 한꺼번에 많은 걸 기억하지 못하는데 손으로 쓰는 속도는 기억하기에도 적당한 것이다. 그리고 볼펜이나 연필로 우직하게 노트에 끄적이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그러니 노트 사용을 병행하라. 노트에 묻어 놓은 보물이 나중에 당신을 부자나 인격자로 만들어  수도 있지 않은가. 노트에 묻어 두고 수시로 다시 뒤적여라. '데이터 마이닝' 당신의 노트로부터 시작되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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