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대학에서 글쓰기 강의 시작했습니다

『편성준의 유머와 위트 있는 글쓰기』

by 편성준

1. 서울시민대학이 뭐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온라인 강연할 때 촬영을 진행하던 PD님이 '이런 것도 있다'며 카톡으로 알려주신 게 서울시민대학 강사 모집 공고였습니다. 서울시민대학은 시민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시민의식 향상을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한마디로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태어난 곳이죠.

시민학, 서울학, 미래학, 인문학, 문화예술학 등 많은 교육과정이 있는데 저는 인문학 분야에서 글쓰기 강의 강사로 응모를 했습니다. 사실은 응모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우연히 제 얘기를 들은 진순희논술학원의 진 원장님이 "거기 강사료도 괜찮은 곳이니 한 번 응모해 보세요."라고 하시길래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 강연 제목은 『편성준의 유머와 위트 있는 글쓰기』였습니다. 요즘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도 많고 가르치는 분도 워낙 많으니 저는 '유머와 위트'로 특화시켜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목부터 그렇게 치고 나간 것이죠.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모집 요강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심사 조건이 까다롭더군요. 서류전형은 물론이고 5분짜리 샘플 강의를 비디오로 녹화해서 함께 제출해야 했습니다. 황당했죠. 뭐 이런 시험이 다 있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요즘 온라인 강의도 자주 하고 했으니 줌으로 녹화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카메라 앞에서 혼자 떠드는 것은 천지차이죠. 저는 5분짜리 강의안을 만들고 시나리오를 써서 여러 번 연습을 해 멘트들이 입에 붙도록 한 뒤 깨끗한 양복을 차려 입고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제가 녹화하는 걸 아내가 옆에서 보고 있으니 신경이 쓰여 더 잘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안방으로 들어간 뒤 저 혼자 다시 녹화를 했습니다. 여섯 번 만에 틀리지 않은 녹화본을 완성했습니다. 자료를 다 보내 놓고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며칠 후 약속한 날 정확한 시각에 합격통지 문자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야호!


2. '공채 1기' 강사들은 자부심을 가지시라

광화문에 있는 서울시민대학 본부 건물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장에 가보니 기라성 같은 강사분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국내 대학의 교수님도 있었고 외국 대학에서 강의하다 방금 입국한 분, 예술가, 학자, 연구원 등 다양한 분들이었습니다. 서울시민대학에서 일하시는 팀장님과 대표님 등이 나와서 강의 전반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이번에 선발된 강사들이 서울시민대학 최초의 '공채'였다는 점이었습니다. 팀장님은 이런 식의 공개 선발 방식은 처음이라 더욱 뜻깊고 기대도 크다고 하시며 '강사분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라고 했습니다. 총 170명이 지원했는데 그중 14명만 뽑았다고 하니 무려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이었던 것입니다. 모집 요강을 진행했던 대리님이 "이렇게 대단한 분들에게 샘플 비디오까지 요구하는 게 맞나 망설이면서도 의외로 경쟁률이 높아져서 할 수 없었다"는 인사말을 했습니다. 그분은 제 소개 말미에 자기도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말씀해주셔서 더 반가웠습니다. 더 놀라운 건 제 소개를 듣고 쉬는 시간에 제게 와 '소행 성책 쓰기 워크숍'에 대해 문의한 교수님도 계셨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신의 전공을 이야기 삼아 책 한 권 써보는 게 꿈이라고 말씀하셔서 일단 기본적인 자료들을 카톡으로 보내드렸습니다.


3.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11월 2일 아침 10시에 제 첫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오프라인 강연이 가능해져서 직접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대부분 퇴직자들이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수강생도 많았습니다. 총 28명이 오셨습니다. 첫날이라 각자 자기소개를 해보기로 하고 저는 한 분 한 분 말씀하실 때마다 노트에 메모를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마감한 뒤 자신의 삶을 글로 한 번 써보고 싶어 왔다는 분이 있었고 이미 책을 낸 공학박사님도 있었습니다. SNS나 메신저에 재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데서 글쓰기 강연을 들은 분들이 많았는데 '유머와 위트'라는 제 강의 제목에 끌려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만큼 유머 있는 글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뜻이겠죠. 망설이는 척하면서도 막상 말을 시키면 다들 청산유수였습니다. 딱 한 분만 안 하셨는데 강의가 끝나고 제가 가서 따로 인사를 드렸더니 자신은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어서 '패스' 했다고 하며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미소가 너무 환해서 오히려 제가 놀랄 정도였습니다.

저는 어떤 글이든 유머와 위트를 가미하면 더 빛이 난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아니니 억지로 웃기거나 유머로 점철된 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각자의 삶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다 보면 유머든 공감이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니까요.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며 일주일에 딱 한 가지씩만 얻어가시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11월 말까지 총 5회니까 다섯 가지를 가져가신다면 정말 다행이겠죠.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부터 스티븐 킹, 앤 라모트, 그리고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까지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책들을 몇 권 소개하며 첫 강의를 잘 마쳤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강의안 PPT를 보내 달라고 하시길래 숙제를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저도 보내 드리겠다고 옵션을 걸었습니다. PPT는 온라인에 유출하지 말고 개인 소장하시라고 다시 주의를 드릴 생각입니다. 글쓰기 강연은 하면 할수록 흥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강좌를 새로 개설할 때마다 보다 업그레이드해서 더 좋은 강연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다음 주 강연까지 자료를 더 찾고 책도 더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진부한 명제는 사실 언제나 옳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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