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Nov 06. 2021

개그맨, 짬뽕맨, 그리고 라이터 김태균

강박 탈출 에세이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가 만든 술자리 후기

금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김태균 씨가 개업한 '이비가짬뽕'에 가기 위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가는 전철을 탔습니다. 이번에 '김태균 강박 탈출 에세이'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리뷰 쓴 걸 계기로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와 김태균 저자의 만남을 몽스북 안지선 대표께서 주선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가게는 매우 밝고 깨끗한 인상이었습니다. 개업 축하 화분들이 즐비했는데 역시 '방송국 놈들'답게 컬투쇼 제작진이 보낸 화분의 "아... 이제 회식은 짬뽕이겠네"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김태균 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안지선 대표와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몽스북의 마케팅을 담당해 주시는 《타인의 취향》 한정덕 실장님과 직원들도 회의를 마치고 다 함께 와서 오랜만에 떠들썩하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짬뽕집이지만 다른 음식들도 맛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 탕수육, 깐풍새우닭, 수제고추만두 등 고급스러운 안주에 연태고량주를 빠른 속도로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아내와 저는 어떻게 이렇게 솔직하고도 가슴 찡한 책을 쓰셨냐고 입에 발린 칭찬을 했고, 김태균 씨도 어떻게 책을 쓴 사람보다 더 울컥하게 리뷰를 쓰셨냐고 낯간지러운 반응을 했습니다. 가증스러운 장면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다 취했기 때문에 서로 창피할 게 없었습니다. 아내가 다 웃는데 혼자 웃지 못하고 계시던 관객 한 분이 바로 어머니였다는 글을 읽고 가슴이 철렁한 얘기를 했고 저는 착해 빠졌다는 말을 듣기 싫어했지만 결국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기로 한 자연인 김태균의 결단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오자랄 것도 없는 사소한 오자(스피드하다 -> 스피디하다)를 지적했고 어느날 너무 화가 나서 주차장 벽을 주먹으로 치고 들어오는 김태균을 아내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안아주는 장면은 찡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말 걸기>라는 글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썼지만 '며칠 전 주말. 사무실에서 혼자 글을 쓰고 있는데...'라는 구절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주말에 혼자 사무실에 앉아 글을 쓰는 김태균이 없었으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테니까요. 글은 한 글자도 저절로 써지는 법이 없습니다. 정성을 다해 자신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만 독자들은 공감합니다. 제가 김태균의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인 것은 그만큼 그가 한 자 한 자 열심히 썼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어머니가 의외로 피자를 좋아하셨다는 에피소드도 좋았고 다른 설명이나 문장 하나 없이 엄마, 하면 생각나는 단어들만 나열한 <엄마 생각>이라는 글의 아이디어도 참 좋았다고 말하자 김태균 씨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야, 책을 읽으려면 이렇게 좀 읽으란 말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연거푸 빠르게 마신 연태고량주에 취한 우리는 어느새 말을 놓고 '호형호제'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말을 놓더라도 "태균아" "태균이 이놈" 같은 언사는 삼가고 그냥 "태균, "이라 점잖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2차로 김태균의 작업실에 가서 또 술을 마셨는데 2차에서 술을 자제한 아내와 안지선 대표와는 달리 계속 술을 마셔댄 저는 결국 취해서 꾸벅꾸벅 조는 작태를 연출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는데 아내가 저를 끌고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고, 도착할 즈음엔 그만 잠에서 깨라 야단을 많이 쳤고, 택시비는 71,600원이나 나왔다는  후일담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카카오택시 블랙에 금요일 프라임 타임 할증까지 겹쳐 발생한 비용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1 술과 안주값은 한정덕 실장님이  내고 가셨으니 저희는 그저 택시비에만 몰빵 과소비를  성공 케이스였습니다. 오전 내내 술이  깨서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면 즐겁고 흐뭇한 자리였습니다. 여러분, 이제 짬뽕은 이비가짬뽕, 라디오는 컬투쇼를, 책은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를 선택하십시오.  개그맨, 짬뽕맨, 그리고 라이터로도 김태균은   하는 사람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B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