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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11. 2021

어젯밤 마신 안동맥주

안동맥주와 체화정 여행한 날의 일기

“다음 주에 우리 여행 가.”

아내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지난봄 안동에 있는 체화정이란 곳에 갔을 때 정자를 비롯한 한옥은 물론 주변 풍경까지 너무 좋아서 이헌준 선생에게 단풍 들 때 꼭 다시 오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여행단이 며칠 전 꾸려졌고 나도 자동으로 가입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아내가 이미 나의 스케줄을 모두 파악하고 하는 가 하는 통보이므로 나는 순순히 알았다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에 서울시민대학 글쓰기 강의를 끝내고 오후에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이근화 시인의 시 강의까지 듣고 저녁에 와서 집으로 찾아온 광고동 후배 민정과 함께 캘리그라피 작업까지 하느라 종일 바빴던  화요일이었다.


수요일 오전에 김혼비 작가의 산문집 리뷰를 마무리하느라 바빴던 나는 아내가 다 싸 놓은 배낭을 지고 KYX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갔다. 플랫폼에서 만난 박재희 선생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좌석에 앉아 가져 가 책을 펴들었으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유튜브로 BTS와 Coldpalyd의 'My Universe' 뮤직비디오와 관련 영상들을 반복 시청했다. 아내가 얼마 전 선물한 에어팟으로 들으니 음질이 정말 좋아서 신이 났다.

안동역으로 마중을 나온 이헌준 선생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간편한 개량한복에  한쪽엔 노랑색 운동화를, 다른 쪽엔 빨간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헌준 선생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체화정을 지키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인데 5천 Km를 넘게 걸은 도보 여행가로도 유명하다. 똑같은 운동화를 여러 켤레 색깔별로 사서 아침에 마당에 던져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걸 신고 다닌다고 한다. 우리는 안동댐으로 가서 단풍 구경을 했다. 1971년에 조성되었다는 댐은 시멘트가 아니라 돌로 이루어져 있어서 더 멋있었다.  단풍은 아름다웠으나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다시 차를 타고 시장으로 갔다. 이헌준 선생이 안동찜닭을 처음 만들었다는 분이 운영하는 가게로 데려가 줘서 찜닭과 진로 소주를 마셨고 이차로 안동맥주에 갔다.


예전에 여관과 불고기집으로 쓰였던 한옥을 리모델링한 가게는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이 넘친다. 양준석 대표가 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고 우리는 태블릿 메뉴판에 들어 있는 맥주를 하나씩  마셔보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맥주와 안주를 시켰다. 가게 분위기도 좋았지만 음악도 기가 막혔다. 세련된 음악에 감탄하던  양준석 대표가 안주를 가져왔길래 "’We Are All Alone’ 리타 쿨리지가 부른  자주 나와도 보즈 스켁스 원곡이 나오는  어려운데 여긴 큐레이션이 대단하네요.”라고 했더니 아내가  쓸데없이 잘난 척한다며 혀를 끌끌 찼다. 양준석 대표가 마침 지금 와서 서빙을 해주는 친구가 영국에서 석사를 하고  후배인데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근데 형님,  존댓말을 하고 그러세요?”라며 놀렸다.   전에 말을 놓기로 했는데 내가  까먹고 존대를  것이었다. 여기는  대표가 브루어리도 따로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라 맥주가  맛있다. 조선희 선생이 운영하는 대학로 고양이카페에서도 맛보았던 오드 아이 맥주를 주문하다가 누가 맥주값이 너무 나온다고 걱정을 하길래 내가 “우리가 큰돈이 없지,  돈이 없냐?”라고 외치며 걱정 말라고 큰소리를 쳤더니 다들 웃으며 박수를 쳤다. 아내가 ‘우리가 큰돈이 없지  돈이 없냐오늘의 문장이라고 인정을 해줘 뿌듯한 마음으로 마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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