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피코크 로고송 잘못 들은 사연
요즘 전철역을 지나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새로운 음성 서비스가 시작되었는데 무슨 말인지 멘트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보행자가 차도 안쪽으로 너무 접근하면 들려오는 소리는 "연아 엄니, 뒤로 물러나 주세요."처럼 들렸다. 저 성우는 어떻게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연아 어머니라고 확신하는 걸까, 라는 바보 같은 의문을 품은 채 아내에게 물었더니 '위험하오니 뒤로 물러나 주세요"라고 하는 거란다. 위험하오니가 왜 연아 엄니로 들렸을까? 아내의 남편은 귀가 어두운 건가, 뇌가 어두운 건가.
순간 예전에 이마트에서 들었던 '요상한 로고송' 사건이 생각났다. 성수동 아파트에 살 때 이마트 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매장 스피커에서 여자 목소리로 "엄마는 B컵!"이라는 노래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나는 "여보, 저 여자는 왜 뜬금없이 엄마의 브라 사이즈를 밝히는 걸까?'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며 "B컵이 아니라 피콕'이라고 바로잡아 주었다. 신세계푸드와 이마트가 합작해서 만든 가공식품 PB브랜드 이름이 '피코크'인데 피~~콕이 내게는 B컵으로 들렸던 것이었다(아내도 처음엔 B컵으로 들었다고 나중에 고백하긴 했다). 어쨌든 모든 의문이 풀렸다. 엄마는 B컵이 아니었고 연아 어머니는 횡단보도에서 위험한 짓을 하지 않는다. 한층 개운해진 마음으로 술 약속 장소로 나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