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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05. 2021

엄마는 B컵

신세계 피코크 로고송 잘못 들은 사연


요즘 전철역을 지나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새로운 음성 서비스가 시작되었는데 무슨 말인지 멘트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행자가 차도 안쪽으로 너무 접근하면 들려오는 소리는 "연아 엄니, 뒤로 물러나 주세요."처럼 들렸다.  성우는 어떻게 횡단보도 앞에  있는 사람이 연아 어머니라고 확신하는 걸까, 라는 바보 같은 의문을 품은  아내에게 물었더니 '위험하오니 뒤로 물러나 주세요"라고 하는 거란다. 위험하오니가  연아 엄니로 들렸을까? 아내의 남편은 귀가 어두운 건가, 뇌가 어두운 건가.

순간 예전에 이마트에서 들었던 '요상한 로고송' 사건이 생각났다. 성수동 아파트에   이마트 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매장 스피커에서 여자 목소리로 "엄마는 B!"이라는 노래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나는 "여보,  여자는  뜬금없이 엄마의 브라 사이즈를 밝히는 걸까?'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며 "B컵이 아니라 피콕'이라고 바로잡아 주었다. 신세계푸드와 이마트가 합작해서 만든 가공식품 PB브랜드 이름이 '피코크'인데 ~~콕이 내게는 B컵으로 들렸던 것이었다(아내도 처음엔 B컵으로 들었다고 나중에 고백하긴 했다). 어쨌든 모든 의문이 풀렸다. 엄마는 B컵이 아니었고 연아 어머니는 횡단보도에서 위험한 짓을 하지 않는다. 한층 개운해진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나갈  있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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