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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08. 2021

이렇게 기쁜 독후감이라니!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어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일상문화 블랭크〉 출판 워크숍에서  쓰기·글쓰기 워크숍이 있는 날이었습니다(저희 집인 '성북동 소행성'에서 열렸는데 시작  체온 체크와 방역을 철저히 했고 워크숍 내내 전원 마스크를   진행되었습니다). 아내인 윤혜자 씨는 출판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 만들기와 글쓰기가 어떻게 다른가' 대해 얘기했고, 글쓰기 실무 강연을 맡은 저는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와 『여보,  제주에서  달만 살다 올게』를 예로 들면서 '나의 일상을 어떻게 책으로 남길 것인가' 대해 강의했습니다. 강의 말미에 '10 글쓰기' 해봤는데 워크숍에 참가한 분들 모두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글을 써주셔서 놀랐습니다. 아내와 저는  시간 동안 번갈아 가며 강연을 했습니다. 참석자 모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가셔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강연하는 동안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던 책과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내가 "동현이가 근처에 있는 것 같아."라며 얼른 방어를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옆집 총각'이라 불리던 동현은 3월에 직장을 옮긴 이후로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고 있다 들었는데 며칠 전 갑작스러운 휴가를 받아 지금 우리 동네에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동네에 있는 '옛날 중국집' 앞에서 만나자고 하고는 얼른 길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가기 전 동현에게 주려고 미리 챙겨놨던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를 집어 든 것은 물론 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동현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제가 책을 내밀자 "이미 사서 읽었는데요?"라며 웃더군요.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이 어제 도착해서 바로 다 읽고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보다 잘 읽히고, 더 깊어졌던데요?" 동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저 작은 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일관된 서사라 읽기 편한 데다가 이번 책은 아내와 저의 글이 균형을 이뤄서 신선했다는 평이었습니다. 이번 책이 더 좋다는 동현의 독후감이 이렇게 기쁠 줄 몰랐습니다. 아내도 신이 난 것 같았습니다. 오늘 예상치 않았던 특강료도 생겼으니 자신이 쏘겠다고 말했으니까요(사실은 제가 지갑을 안 들고 나왔다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더니 자신이 내겠다고 말한 것입니다만).


우리는 돈암성당 옆에 있는 <구룡포 계절횟집>에 가서 방어 중짜와 진로소주를 시켰습니다. 여기는 말로만 듣다가 처음 와본 곳인데 방어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방어와 매운탕, 과메기까지 시켜 배가 터지도록 먹었습니다. 결국 과메기를 남기고 일어나 집으로 왔습니다. 배도 부르고 술도 취하고 기분도 좋아 집으로 돌아와서는 TV도 켜지 않은 채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자기 전에 욕실에 들어가 양치를 했는데 아내는 양치하는 걸 못 봐서 좀 걱정입니다. 설마 제가 자는 동안에 일어나 이를 닦고 잤을까요? 아내는 지금 잡니다. 저는 마루로 나와 순자와 함께 이 글을 쓰고 있고요. 조용히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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