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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11. 2021

지하에 천착하는 감독과 그의 아내 사건의 전말

양희 작가 허욱 감독의 다큐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 : 북 토크 후기

처음에 양희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지하 세계만 찍고 다니는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허구헌날 강원도와 일본 등지를 찾아다니며 동굴과 지하 구조물들을 고집스럽게 촬영하고 다니는 이 남자의 정신상태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허욱 감독이 세 시간짜리 필름 뭉치를 자신에게 가져왔을 때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버티던 양희 작가는 제주도의 동굴 장면을 보고는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제주의 구멍구멍마다 잠겨 있는 슬픔과 분노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남편 그리고 영화과에 다니는 예비 감독 아들까지 가세한 가족 영화 제작사《욱희씨네》의 다큐멘터리 영화 『언더그라운드』는 국가 폭력과 인간 존엄의 상실을 내레이션도 없는 담담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어제 북촌에 있는 역사책방에서  다큐멘터리 『언더그라운드』 일부 상영과 이를 다시 활자 매체로 발전시킨 책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나는 아내의 절친인 양희 작가 부부가 마련한 행사라는 것만 알았을 뿐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이 뭘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고 갔었는데, 감독과 작가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보여주고 들려주는 일제의 만행과 군사독재 시절의 엄혹한 시대 정신에 푹 빠져서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 행사를 통해 우리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국민이나 식민지 백성 가릴 것 없이 차마 못된 짓을 골라했고 지금도 그 잘못을 뻔뻔하게 인정하지 않고 뭉개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집단 자살을 명하는 옥쇄라는 단어가 '옥처럼 부서진다'를 의미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아카데미 필름 메이커'인 허욱 감독은 어지간히 지하나 동굴을 좋아하는 사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양희 작가는 코로나 19 때문에 참석률이 저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북콘서트를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고 우리 부부는 요즘 이상하게 바빴는데 없는 시간을 쪼개서 오길 정말 잘했다며 흐뭇한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허욱 감독은 다음 작품은 청계천의 방직공장 등에서 자본주의 건설에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인 『언더그라운드 2.0』이  것이라 예고하면서 다큐 OTT 'VODA' 사이트도 알려 주었다. 거기 가면 당분간 다큐멘터리를 무료로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회원 가입을 하지 못했다. 아마 다음 주쯤 정신 차리고 가보면 이미 유료화가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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