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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29. 2021

미쳤다는 감탄사를 정말 싫어하지만

웨스 앤더슨의《프렌치 디스패치》

퀴즈를 내겠다. 베니치오 델 토로, 프란시스 맥도먼드, 제프리 라이트, 에드리언 브로디, 틸다 스윈튼, (그 핫하다는)티모시 샬라메, 레아 세두, 오언 윌슨,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튼, 월리엄 데포, (그 발음하기 어렵다는)시얼샤 로넌, 크리스토퍼 왈츠, 세실 드 프랑스, 안젤리카 휴스턴, 그리핀 던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영화는? 답은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다.


출연자의 면모를 봐도 알겠지만 이 영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이하고 놀랍고 재밌다. '프랑스의 가상의 도시에 주재한 미국 신문 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3개의 이야기를 그림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라는 건 모르고 봐도 좋다. 정신이 좀 이상한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감옥에서 살인죄로 수십 년째 수감되어 있는 천재 화가 베니치오 델 토로가 교도관과 사귀게 되어 그녀의 누드를 그리는 장면을 보면 그냥 웃기고도 흐뭇해서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다행히 예전처럼 음모를 블러 처리하거나 하지 않아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 가리는 게 더 음란하잖아 이 촌스러운 놈들아... 아, 음모 때문에 잠깐 흥분했다.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나온 신세경처럼 모든 장면을 책 읽듯 하나하나 완벽하게 기억하는 기자로 제프리 라이트가 나오는데(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 이름이니까) 그가 토크쇼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회고담을 들려주다가 사회자가 조금만 쉬었다 하자고 하니까 "잠깐, 책갈피 좀 끼우고요." 하는 대사는 너무 능청맞고 웃긴다. 모든 게 이런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결국 셰프가 된 네스카피에르가 '경찰관 요리'를 만들게 된 사연이 제일 싱겁고도 재밌었으니, 부디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문화예술계가 꽁꽁 얼어붙었다지만 그래도 지구 어딘가에선 걸작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미쳤다' 감탄사를 정말 싫어하는데  영화엔   수가 없다. 당신도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미친 감독에 미친 배우들에 미친 제작자들의 행진이다.   장면도 허투루 지나가는  없이 주도면밀 계산되어 있고 화면 구도는 완벽에 가깝다. 예전에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들처럼  배우들도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생각으로 출연했을 것이다. 모두 미친...... 아니, 멋진 사람들이다. 놀랍게도 지금 시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만삼천 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영화 관람 전날은 술을 삼가고 정갈한 음식만 골라 드시기 바란다. 영화가 미치게 재밌는데 개인 컨디션이  좋아서 하품을 하게 되면 정말 신경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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