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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14. 2021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지

이길보라의 『헤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아리랑도서관에 와서 이길보라 감독의 보지 않으면   없어서』   꼭지를 읽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지>라는 글이었다.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 이길보라 감독과  애인은   어렸을  학교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영화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의 독립영화관을 소개해 주려 만났다가 삼겹살을 먹으며 그에게 강하게 끌린  감독은 이틀 후면 돌아가야 하는 그를 일본으로 떠나보내든지 아니면 함께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로 가든지 결정을 내려야 했고  감독은 비행기를 타는  택했다.

이 감독의 부모는 듣지 못하는 농인들이다. 스물세 살 때 만났던 사람은 이 감독의 부모님이 농인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반대하니까 헤어지자고 했다. 이 김독은 후쿠오카에 오자마자 이 얘기를 새 애인에게 했고 새 애인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기를 부모님께 들려주었다. 아들의 여자 친구 부모님 이야기를 다 들은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지. 보라도 그렇고, 보라의 보모님도 그렇고."

몇 달 후 도쿄로 출장을 온 애인의 어머니가 아들의 여자 친구에게 '요새 한국 수화를 배우고 있는데 일본 수화와 많이 비슷하다'며 주먹을 쥐고 검지와 엄지를 두 번 붙이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그 수화는 '같다'라는 뜻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아내와 내가 만든 《도서출판 소행성》의 슬로건이 'Everybody has a story'라는 게 생각났다. 그래, 모든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지. 나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시간은 많다. 아니 시간이 없다. 이야기는 발화되지 않으면 무생물이나 다름없다. 누군가의 입이나 손을 통해 발화되는 순간, 이야기는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봐야겠다. 나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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