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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14. 2021

김현성은 왜 《싱어게인 2》에 나갔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우는 인생론

늦은 저녁 안방에서 누워 TV 《싱어게인 2》를 지켜보던 아내가 깜짝 놀라며 ", 쟤가 저기  나와?"라고 중얼거렸다. 김현성이었다. 강변가요제 출신의 가수 김현성은 Heaven」이나  「소원」 같은 곡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아내와 나에게는 에세이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의 저자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아내가 명로진 선생이 진행한 인디라이터 모임에서 만났던 김현성은 연예인이기 이전에 작가 지망생이었다. 한예종 서사창작과에 진학한 김현성은 계속 글쓰기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었는데 이를 눈여겨본 출판기획자 윤혜자가 그를 설득해서 에세이 작가로 데뷔시켰던 것이다.  책은 아내가 세종서적에 다닐  기획했는데 나에게 제목을  지어보라고 해서 초고를 먼저 읽을 기회를 얻었고  좋게도 내가 제시한 제목으로 출간이 되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김현성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 가수였다. 탁월한 고음의 미남 가수로서 단숨에 스타 자리에 올랐으나 곧 성대 결절 때문에 더 이상 라이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몇 해 전  《서칭 포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팬들에게 생존 신고를 했지만 이젠 가수가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김현성이 더 어울리는 듯했다. 그런 그가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으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현성이 나와 「Heaven」을 부르는 동안 심사위원석에선 두 명이나 눈물을 보였다. 성대 결절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김현성의 목소리와 가창력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김현성은 평안한 얼굴이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나온 이유가  "실패한 가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냥 아름답게 사라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은 너무나 안일하고 일방적인 바람이었던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너무나 간절하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재는 저기 왜 나왔어?"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은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이 나왔을 때도 아내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TV를 껐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며 곰곰이 김현성을 생각했다. 그의 멘트는 '나를 좋아해 준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저는 여전히 잘 살고 있습니다. 떳떳하게 여러분 앞에 선 저의 모습을 끝까지 기억해 주세요.'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야기든 말이나 글로 전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 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써야 한다. 그런 당연하고도 소중한 진실을 오디션 프로그램의 뮤지션들이 가르쳐 준다. 오디션 프로를 보면서 인생에 대해 배우게  줄은 몰랐다. 도처에 유상수라더니, 아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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