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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18. 2021

대선 이후에 왔으면 하는 세상

TV뉴스에 나온 재벌 회장의 모습

아내가 공동 구매할 미역과 매생이를 보기 위해 전남 장흥에 같이 내려왔다. 우리에게 대덕 내저마을의 찰 매생이와 무산돌김 들을 보여주던 장 대표는 요즘 어쩌다 보니 역사적 사건의 증언자들을 인터뷰하고 다니게 되었다며 1950년 육이오 전후 이곳 사람들이 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얼마나 많이 죽임을 당하고 수장되었는지에 대해 알려줬다. 워낙 엄청난 비극이었고 당시 좌우 전세가 바뀔 때마다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함께 나서 자라온 사람들끼리 잔인하게 서로를 죽이는 비극은 제주뿐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났고, 그 사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침묵하는 게 묵계였으므로 당시를 증언해줄 사람들도 이젠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은 뒤 숙소로 와서 TV를 켜니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뉴스에 나와 자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2010년 화물차량 기사를 때리고 '맷값'이라며 2천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영화 『베테랑』의 모델로 알려진 그는 취재진에게 “‘맷값 폭행’ 관련한 언론 보도는 85% 과장과 허구이고, 영화 ‘베테랑’도 95%는 과장과 허구”라고 주장했다. 맷값도 영화에서처럼 수표를 던져준 게 아니라 온라인 입금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그 사건은 나라를 온통 뒤흔들었기에 부적함이 없었으므로 나도 똑똑히 기억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최 회장이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 그 옆에서 그걸 지켜봤다는 회사 중역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기자와 통화하던 그는 말끝에 “그 사람 아직 매 덜 맞았어요…...”라는 말을 남겼다. 백 번 양보해 재벌 회장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존중에 대해 못 배웠을 테고 아주 어려서부터 인성이 엉망인 상태로 오냐오냐하며 자랐을 테니까. 그러나 옆에서 그를 보좌하는 마름들의 잔인한 계급 인식은 암담 그 자체다. 폭력을 휘두른 재벌 회장보다 그들의 심보가 한층 더 폭력적이다.


 뉴스를 보다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언젠가 다인승 승합차를 불법 개조함으로써 출퇴근 시간에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하다가 적발된 사건도 떠올랐다. 당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럴 수가 있냐 흥분하던 나와 달리 동창은 “,  정도 위치에 있는 애들이면 얼마나 바쁠 텐데.  정도는 이해를 해줘야지.”라고 말했다. ‘세상이  그런 거지라는 표정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재벌한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사는 친구가  그의 범법행위를 옹호해 주는 건지 이해를  수가 없었다.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 앞에서 우린 그동안 얼마나 길들여지며 살아온 건가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다. 윤석열 아니면 이재명이 되겠지. 누가 되든 이런 뉴스는 그만 나오는 세상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아니,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뭐…...”라고 자조하는 대신 최소한 “나쁜 놈들”이라고 분노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대선 #최철원 #투표하는이유 #우리가사는세상 #우리가바라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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